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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72759249
· 쪽수 : 623쪽
책 소개
목차
2장 오초午初
3장 오정午正
4장 미초未初
5장 미정未正
6장 신초申初
7장 신정申正
8장 유초酉初
9장 유정酉正
10장 술초戌初
11장 술정戌正
12장 해초亥初
리뷰
책속에서
“우덕, 도대체 무슨 일인가?”
서빈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으며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자네를 빼낸 건 정안사야.”
“정안사?”
장소경은 장안의 관부체계에 익숙했지만 ‘정안사’라는 관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반란을 평정한다는 ‘정’, 온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는 ‘안’. 서역 도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조정에서 새로 조직한 관부라네. 자네가 감옥에 들어간 후에 일어난 일이야. 정안사는 계속해서 각 분야의 인재를 모으는 중이고 내가 자넬 추천했네.” 장소경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상했다. 이미 금어위 가사, 어사대 순사, 장안현과 만년현 포적위 등 장안성 방위를 담당하는 관부가 수없이 많았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도적이기에 조정에서 새로운 관부를 만들어 대비한단 말인가?
“정안사 주관자는 이필, 자는 장원이네. 원래 대조한림이었고 이번에 정안 사승을 맡았지. 자네를 부른 사람이 바로 이 사승일세.”
“음…….”
더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정안사의 임무가 ‘서역 도적의 침입 대비’라면, 무력을 사용하는 일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런데 대조한림처럼 높고 고고한 문관이 정안사를 주관한다? 이게 말이 돼? 빠르게 기억을 더듬던 장소경의 뇌리에 문득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지금은 도리나 법규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모형판 물시계는 쉼 없이 물방울을 똑똑 떨어뜨렸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물방울 하나가 떨어질 때마다 수백 명의 목숨이 사라지는 셈이다.
“장 도위, 이 나라 조정의 국운과 장안 백성의 안위를 부탁하네.”
이필이 넓은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정중하게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한 표정으로 장소경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필 수하의 관리들은 깜짝 놀라며 일제히 일어나 장소경을 향해 공손히 손을 모았다. 그러나 장소경은 답례도 하지 않고 왼쪽 눈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나는 오로지 장안 백성의 안위를 지킬 뿐, 나머지는 내 알 바 아닙니다. 조정의 국운이라니, 뭔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이 말에 모두가 크게 당황했다.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다니. 다들 마음속에 조정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이 있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없다. 장소경은 보란 듯이 크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정안사 관리들이 전전긍긍하며 이필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이 불진을 받쳐 든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았다. 그것은 모든 규칙을 거부한다는 장소경의 확고한 의지였다.
“내가 왜 서둘러 돌아왔는지 아느냐? 우상 쪽에서 이미 작전 실패 소식을 듣고 정안사 지휘권을 뺏으려고 했단 말이다. 이번에는 내가 막았지만, 네가 사형수한테 장안의 운명을 맡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저쪽에서 더 거세게 반발할 게다. 그땐 나도 막아낼 도리가 없어!”
이필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하지장이 말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조정은 사방에 복병이 도사리는 곳이야. 작은 실수에도 큰 화를 당할 수 있어. 난 이미 여든여섯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넌 아직 젊으니 자중해야 한다.”
단숨에 이렇게 많은 말을 쏟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지장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필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어르신이 조정 관리의 길을 훈계하시는 동안 돌궐 놈들은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필이 무심히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물시계를 힐끗하며 대꾸했다.
“돌궐 놈들을 잡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정에 대한 원한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자는 안 된단 말이다. 그런 자를 어떻게 믿느냐?”
“저도 그자를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자가 최선…… 아니, 유일한 선택입니다.”
“천하의 인재가 모두 모인 장안에 일개 사형수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