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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25124131
· 쪽수 : 520쪽
책 소개
목차
1부―어린 시절
1.타오르는 불이라고요, 폐하? / 9
2.쌍둥이가 태어나던 밤 / 26
3.달이 흘러가고……. / 40
4.민의회 / 59
5.곰의 침묵 / 74
6.나나 / 89
7.루브의 선물 / 102
8.사랑의 작은 둥지 / 119
9.방뒤쉬드 / 137
10.원정 / 153
11.할프레트의 연주회 / 167
12.계곡의 밤 / 183
13.붉은 하늘 / 207
14.영혼과 양심 / 210
15.내 몸을 부수소서 / 227
16.발두르 풀킨넨 / 240
2부―전쟁
17. 징집 / 253
18. 부모님전상서 / 271
19.작은 송아지 / 283
20. 브리스코 요한손의 세 번째 탄생 / 309
21. 임무 / 331
22. 괜찮아 / 340
23. 마구간에서 / 348
24.아프리카 / 365
25.이빨 부딪치는 소리 / 381
26. 다섯 번째 병사 / 391
27. 내 혈관의 잉크 / 412
28 두 개의 목검 / 436
29. 리아, 어디에 있니? / 448
30. 어디에 있니, 알렉스? / 465
31. 바위 아래에서 / 474
32. 길 잃은 병사 / 488
33. 귀환 / 498
외전 / 515
옮긴이의 말 / 518
리뷰
책속에서
그날 밤 뵤른은 브리트가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 새벽 두 시쯤이나 되었을까… 뵤른은 잠들지 못하고 침상에서 뒤척였다. 좁은 선실의 곰팡이 냄새 때문에 뵤른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갔다. 다 차오른 달빛에 갑판과 잿빛 바다가 수은처럼 빛나고 있었다. 뵤른은 고갯짓으로 키잡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고물 쪽으로 갔다. 돛대 아래 밧줄을 정리해 넣어둔 작은 다락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짧은 간격을 두고 찍찍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뵤른은 그곳으로 다가갔고, 웅크린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
“브리트, 당신이에요???
마녀는 분명치 않은 소리로 그르릉거렸다. 브리트는 뭔가 씹고 있었다. 뵤른은 좀 더 다가섰다.
“브리트, 당신이에요? 이제 몸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에요. 그런데 뭘 먹고 있는……?!??
주체할 수 없는 욕지기에 말을 맺을 수 없었다. 꼭 쥔 손아귀에 작은 설치류가… 아마도 쥐였을 것이다. 꼬리가 손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브리트의 턱자가미는 계속 움직였다.
“브리트! 다… 당… 당신…….??
뵤른이 숨이 끊어질 듯 말을 더듬었다.
“정말로 쥐를 먹는 건 아니죠?!??
멍청한 질문이었다. 브리트는 진짜로 쥐를 먹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브리트는 재밌다는 듯 뵤른을 바라보다가 뵤른의 의심을 씻어주겠다는 것처럼 손에 들고 있던 쥐의 머리를 입안에 넣고 단박에 이빨로 머리를 끊었다. 따닥―! 하는 소리와 함께 짐승의 울음소리도 그쳤다.
“오, 세상에!??
뵤른은 구역질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위장이 목까지 올라왔다. 발길을 돌려 걸어가는 동안 뒤에서 브리트의 웃음소리가 섬뜩하게 귓전을 때렸다. 마녀는 쥐보다도 뵤른의 반응을 훨씬 더 재밌어했다.
“너 혹시 그거 알아???
알렉스가 물었다.
“병역 면제 판정을 사고판다더라. 부잣집 애들은 돈을 주고 산대. 구역질 나.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야.??
“나도 그런 소리를 들었어. 우리 동네 어떤 애는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잘랐어. 방아쇠를 당길 수 없게 말이야. 면제 판정을 받겠지. 그래도 고깃배는 계속 탈 수 있어. 살벌하지, 안 그래? 어쨌거나 나는 속임수를 쓸 필요가 없지만 말이야. 내가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곧장 집으로 돌려보낼걸. 병신이 된 다리가 고마울 때도 있네.??
발두르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검지손가락을 자르는 것보다 더 지독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끔찍한 자해를 서슴지 않았다. 정맥류가 생기도록 며칠 동안 다리를 졸라매기도 하고 이가 썩을 때까지 산을 입에 물고 있기도 했고, 남은 평생을 반장님으로 살게 될 줄 뻔히 알면서 눈이 멀 때까지 해를 똑바로 쳐다봤다. 알렉스는 정도의 차이를 떠나서 스스로 몸을 불구로 만든다는 생각에 치를 떨었다.
알렉스는 오래전부터 자신은 꼭 징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무에게도, 특히 뵤른과 셀마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빨리 그날이 오기만을 바랐다. 깊은 밤의 정적 한가운데 혼자 있으면 조급증의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