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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면밀한 주은행

주도면밀한 주은행

이이안 (지은이)
  |  
청어람
2013-01-31
  |  
9,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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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면밀한 주은행

책 정보

· 제목 : 주도면밀한 주은행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131504
· 쪽수 : 448쪽

책 소개

이이안의 로맨스 소설. 사랑과 인생도 건축처럼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은행. 사랑에 많은 계획으로 임하다가 번번이 실패했던 그녀. 늘 원하던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를 발견하다. 완벽한 남자의 이름은 서진우.

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이이안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예전 필명, 장해서. 로맨스를 사랑하고 느리면서 늘 치열함을 꿈꾼다. 출간작 전남편, 고요 속 외침, 내 인생의 주인, 몹쓸 사랑, 차가운 열망, 중독블루, 주도면밀한 주은행.
펼치기

책속에서

“주 실장…… 좋은 사람이지.”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전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성현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좀 깐깐하긴 해도 말이야.”
굳이 덧붙이다니. 뜸을 들일 때 알아봤다. 뭐, 그렇다 해도 진실보다 굉장히 누그러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은행은 순간 아찔했다.
“깐깐하다고? 그렇게 안 보이던데, 귀엽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인 것 같던데…….”
“그래?”
저 살짝 들어 올린 억양에 얼마나 많은 진실이 들어갈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은행 씨, 언제 왔어요? 왔으면 알은척을 해야죠.”
진우가 기둥 사이로 흔들리는 그녀의 작은 어깨를 발견했다. 때마침 그녀 역시 몸을 돌리는 중이라서 방금 온 척할 수 있었다.
“아니요, 방금 왔어요. 그리고 인터뷰 중이신 것 같아서 잠시 물 마시고 오느라고요.”
“끝났어요. 이리 오세요.”
은행은 김성현의 제법 냉철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진우가 안내하는 자리로 갔지만 곧 나갈 생각이었다. 지금 혼란 그 자체라서 이 상태로 오래 있으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다혈질이고 못 말리는 깐깐한 본성이 나오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 한다.
“생일 축하드려요. 그럼, 오늘은 제가 다른 일도 있고 해서…….”
“좀 있다 가요. 그래도 되죠?”
진우의 부탁에 은행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선물은 없어요? 그 쇼핑백 제 것 아닌가 봐요.”
진우의 장난 어린 말에 그때서야 그녀는 선물을 인지했다. 깜빡하고 주지도 않고 나갈 뻔했다니.
“맞아요. 서 작가님 생일 선물로 산 건데, 제가 깜빡할 뻔했네요. 여기요.”
그녀가 그에게 두 손으로 안겨주었다.
“정말 제 거 맞아요?”
“그럼요, 카드도 있는데요. 별 내용은 없지만요.”
“농담이었는데 감사해요. 어, 정말 제 이름이 있네요.”
진우가 그녀의 선물을 받아 직접 테이블에서 풀어보며 좋아했다. 그렇게 고가도 아닌데도 감동을 받으니 은행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일부러 고가를 피했다. 처음부터 과하면 좋을 것이 없다. 그는 그녀가 고르고 산 머플러를 바로 목에 둘렀다.
“올 가을, 겨울 내내 할게요.”
“마음에 드시다니 다행이네요.”
“진심으로 마음에 듭니다.”
진짜 분위기 훈훈하다. 남자의 눈빛은 반짝거리고 여자의 표정은 조명을 받은 것처럼 밝아졌다. 영화라면 여기에서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엄청 호감을 가진 상태라는 걸 관객들은 알게 될 것이다. 로맨스의 시작이다. 그러나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남자 주인공 옆에 친구라는 남자가, 그것도 여자의 상사라서 본연의 성질머리를 다 아는 남자가 늘 그렇듯 무심이 깃든 온화가 아닌 뭔가 처음 보는 삐딱한 미소로 쳐다보고 있었다. 은행은 성현의 저 오묘한 미소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왜 자꾸 저러는 거야? 지금 내 모습이 그렇게 우스운 건가. 아니다. 은행은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거라고 넘어갔다.
“주은행 실장이 이런 타입의 사람인가. 새로운 발견이네요. 이렇게 부드럽고 상냥하다니, 이상하다.”
예민한 것이 아니었다. 성현이 스쳐 지나가면서 은행에게만 들리게 미운 소리를 했다. 은행은 잠시 숨을 쉬지 못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거의 본 적 없던 일곱 살 남자아이의 밉살스러운 표정이 살아 움직여 김성현의 얼굴에서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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