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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새벽

짙은 새벽

유재희 (지은이)
  |  
우신(우신Books)
2017-04-14
  |  
7,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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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새벽

책 정보

· 제목 : 짙은 새벽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5232
· 쪽수 : 240쪽

책 소개

유재희 소설. 막대한 빚만 남긴 채 도망간 양부모. 삶의 끝자락에 선 그때, 기적처럼 한 남자가 나타났다. "사채에 보증에 대출. 확실히 답 없는 삶이야. 살려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목숨을 구해 주고 빚까지 갚아 준 은인의 것치곤 지독히 무감정한 표정과 말투. 하지만 하은은 그에게 보답해야만 했다.

목차

프롤로그
1~14
에필로그

저자소개

유재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출간작> 루머. 짙은 중독. 짙은 갈증(외전증보판)(삽화본). 짙은 새벽. 본색. 블랙아웃. 늑대의 요람.
펼치기

책속에서

“죽더라도, 내 은인에게 보답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어요. 또, 감사하다는 말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실례야. 귀찮고 짜증 나.”
역시나 단호하고 칼 같은 말이었다. 그러다 뒤늦게 되물었다.
“은인?”
제 인생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말을 들은 눈이었다.
“네. 죽으려던 이유를 없애 줬고, 살라고 해줬으니까요. 그게 어떤 기적인지 모르지만, 뭘 해도 보답이 안 되겠지만 그 비슷한 노력이라도 하고 싶어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청소건 빨래건 밥이건. 어떤 거라도.”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에 헛웃음이 났다. ‘어떤 거라도’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저 여자가 알고 하는 소리일까. 모진 풍파를 모두 겪은 여자라고 생각했더니. 재욱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저를 보는 그녀를 서늘히 바라보았다.
“살려 낸 게 사람이 아니라 진드기였던가.”
“그렇게 느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옆에 있으면 뭐 콩고물이라도 더 떨어질 것 같아서 달라붙어? 내가 그렇게 병신으로 보였나? 죽을 생각까지 한 걸 봐서 대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멍청할 줄은 몰랐는데.”
“…….”
“나가. 같이 잘 여자 아니면 사적으로 같이 안 있으니까.”
더할 나위 없이 공격적인 말투에 입술이 말랐다. 생각하지 못했던 말에 조금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리 불쾌감이 들지 않았다. 저 매서운 말들이 그리 아프게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들었던 말들 중 아픈 말들이 더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저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배려 따위로 들리는 것을 보면 정말 머리 어딘가가 멍청해진 모양이다.
“네.”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말이 멋대로 나왔다. 이미 나와 버린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고, 재욱은 기가 차다는 듯 헛바람을 뱉었다.
“뭘 대답하는 거야.”
말하고 나니 오히려 뒤죽박죽이던 머리가 정리된다.
남은 것은 몸뚱이 하나. 이게 몸을 파는 일이라면, 그런 비난도 감수할 수밖에. 그녀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 걸음씩 다가섰다.
“조금이라도 가치가 될 수 있다면, 할게요.”
하은의 새까만 눈동자와 마주친 재욱은 감정 없는 눈에 또 속이 끓었다.
처음 그 길에서 만났을 때부터 기이하게 눈길을 뗄 수 없었던 여자의 지쳐 버린 눈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느새 다가온 그녀가 물었다.
“키스해도 될까요?”
“…….”
“나쁘지 않다면 여기에 남아 있을게요.”
제법 당돌한 손길이 재욱의 뺨에 닿았다. 서서히 다가오는 하은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왜인지 재욱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장이 박동하며 거칠게 움직였다. 순간 하은의 눈으로 아주 잠시 감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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