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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30915
· 쪽수 : 968쪽
책 소개
목차
1권
[1부. 뉴욕, 여름]
01 Cleansing · Blind Test
02 Beyond Control · 데이트
03 여름 · 여름밤
04 Before Sunrise · Gift
05 소나기 · Rainy Season
06 섬 · Shall We Dance
07 입추(立秋) · Safe Distance
08 일상으로의 초대 · 봄날
09 Campus Romance · 시네마 천국
10 Tragedy · Signal
[2부. 서울, 여름]
11 기차 여행 · Fireworks
12 꿈에 : In my Dream · Urban Life
2권
[2부. 서울, 여름]
13 Blending · 관성
14 Mantauk : Eternal Sunshine · Bitter Sweet
15 Workshop part 1 / 2
16 Photograph · Beautiful
17 Newyork : on the Line · 죄와 벌
18 Confession · ZERO BASE
19 Milk Tea · Question
[에필로그]
Christmas Edition · 비밀
SEOUL part 1 / 2 · BUSAN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1권
“그만 집에 가는 게 좋겠어요. 이 이야긴 다음에요. 오늘 즐거웠어요. 먼저 들어갈게요.”
한 톤 낮춘 단정한 목소리로 이 상황을 수습도 했다. 심지어 살며시 미소까지 지어 보였으니, 사회생활 거저 한 건 아닌가 보다. 한국에 있을 때의 차은우는 어떠한 순간에도 쉽사리 이성을 잃지 않…….
“혹시 지금 창피해?”
세상에.
“나를 남자로 느낀 것 자체가 창피한 거야, 아님 그걸 나한테 들킨 게 창피한 거야.”
툭. 가느다랗게 늘어져 있던 인내심이 끊어졌다.
“뭐?”
“그렇잖아, 차은우. 나이 차이가 얼만데. 눈앞의 남자는 한참 어리고 고작 춤추는 거에 환장하는 어린애일 뿐인데. 그래서 만나니 마니 연애 자체가 말 안 되는 일인데도, 그런데도 끌리잖아. 끌리는 거잖아, 지금. 그러니까 이렇게 어이없는 순간에도 나를 쌩 까면 될 것을, 굳이 내 손에 붙잡혀 준 거면서.”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적당한 횟수의 연애를 했다. 솔직히 나름 나쁘지 않은 조건에 속했던 나한테, 남자를 만나고 연애를 하는 게 뭐 그리 대수였을까. 모든 만남은 예정된 수순을 밟듯 정규 코스 내에서 이루어졌다. 비슷한 학벌과 나이, 집안 등의 카테고리를 비교해 가장 가운데의 교차 지점,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 왔다. 속물 같다 해도 그게 뭐 어때서. 그렇게 몇 개의 조건을 더하고 뺀다 해도, 적당한 연애까지 가기엔 충분했고, 이별에 있어서도 딱히 아쉬울 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제 막 자정이 지나가는 맨해튼 72번가의 횡단보도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계산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계산을 하긴 해야 하는 건가?
“또또! 그만 생각하라니까. 차은우, 그냥 예스라고 대답해. 그럼 내가 지금보다 오조 오억 배는 더 즐겁게 해 줄게.”
아까는 세상 시크한 표정이더니, 얼굴 한가득 말랑한 웃음을 장착했다. 웃음 띤 그의 얼굴에 이상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가 크게 한 걸음, 순식간에 바로 코앞까지 도착했다.
2권
아마도 나는 조금도 비겁하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을 묵묵히 지켜 왔던 그에게 반했던 것 같다. 나는 맨해튼의 여름만큼이나 초록이 무성했던 그의 젊음과, 돌아갈 줄 모르고 뜨겁게 타들어 갔던 그의 진심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다. 그토록 확신에 찬 스물둘의 치기 어린 열정이 못내 부럽고 그저 눈부시기만 할 뿐이었던 그해 여름. 나는 갖지 못한 것을 욕심내는 어린아이처럼 그를 마냥 가지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가진 그 전부를 지불해서라도.
“지금 차은우가, 얼마나 제멋대로 굴고 있는지 알아요?”
“알아요.”
“안다고?”
하지만 나에게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고작 이러다 말겠지 했다. 그래 봤자 잠깐이지 싶었다. 그래서 2주 만에 레이니 시즌과 함께 돌아온 그를 나는 그토록 열렬히 받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깊게 빠져들었다 해도…… 그해 여름처럼 그저 스쳐 가는 계절이고, 레이니 시즌처럼 이러다 그치고 말 소나기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랬다. 나는 그를 얕봤다.
“나도 내가 지금 말도 안 되게 행동한다는 거 알아요. 이기적인 것도 알고, 얼마나 못돼 처먹었는지도 알아. 그래서 이러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아요. 다, 전부 다 아는데…….”
“아는데.”
“그래도 그만두지 말아요. 라이언이 하고 싶은 일이잖아.”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의 물음엔 입 한번 뻥끗 안 하면서, 막무가내로 떼쓰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거다. 왜 아니겠어. 제멋대로 찾아와서는 무턱대고 그만두지 말라니. 하고 싶은 일이니까라니. 나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부 거지같다. 이곳도, 그도, 그리고 나도. 대꾸할 가치도 없는 내 마지막 말에, 그가 감정을 지워 버린 눈동자로 말했다.
“나랑, 잘래요.”
모든 게 엉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