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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1006865
· 쪽수 : 392쪽
책 소개
책속에서
“네가 황막한 처지에 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네 동료들은 어디 있는가? 보트에 열한 명이 타지 않았는가? 열 명은 지금 어디 있는가? 왜 그들은 구조되지 않고 너는 길을 잃기만 했는가? 왜 너 혼자만 뽑혔는가? 여기에 있는 게 나은가, 아니면 저 바다 속에 있는 게 나은가?” 그러자 나는 열 명은 바다에 있다고 대답하듯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든 나쁜 상황은 그 속에 담긴 좋은 면, 그 나쁜 상황에 동반하는 더 나쁜 상황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곡식 부스러기를 버린 것은 큰 비가 내리기 직전이었다. 거기에 내가 무엇을 버린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땅에서 푸른 싹이 몇 개 돋는 것이 보였다. 나는 본 적이 없는 어떤 식물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놀랍게도 유럽에서, 아니 나의 조국 영국에서 나는 보리와 똑같은 푸른 보리 이삭 십여 개가 자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것을 보고 내가 얼마나 놀라고 생각의 혼돈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말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하다.
내가 몇 안 되는 식구들과 함께 앉아 식사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웃음 지을 것이다. 이 섬의 왕이며 주인인 내가 앉아 있었다. 나는 내 백성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그들의 매달 수도 있고 잡아끌 수도 있고, 자유를 주거나 뺏을 수도 있었다. 그네들 사이에 반란은 있을 수 없었다. 하인들이 시중을 드는 가운데 왕처럼 혼자서 식사하는 내 모습을 보라! 앵무새 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귀염둥이라도 된 것처럼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자손을 불릴 짝을 찾지 못한 채 늙어 노망이 든 개는 늘 내 오른쪽에 앉았다. 고양이 두 마리는 각각 한쪽 탁자 끝을 차지하고 앉아, 내가 특별히 아낀다는 표시로 음식 부스러기를 던져주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