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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1007596
· 쪽수 : 57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선거후의 비서가 요하네스 퀴슬을 향해 고개를 끄덕했다. 사형집행인은 칼을 들고 휘둘렀다.
바로 그 순간 야콥은 땀에 젖은 손가락에서 여자의 머리카락이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엘리자베트 클레멘트의 머리를 붙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녀가 밀가루 푸대처럼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칼이 휙 지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칼은 여자의 목이 아니라 귀 언저리를 때렸다. 엘리자베트 클레멘트는 단 위에서 몸부림을 치며 꼬챙이에 꿰인 짐승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의 관자놀이가 깊게 벌어져 있었다. 피 웅덩이 속에 귀의 일부분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야콥의 눈에 언뜻 들어왔다. 여자의 눈을 가린 천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두려움으로 눈을 크게 뜬 채 사형집행인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칼을 들어 올린 모습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구경꾼들이 한목소리로 신음을 내지르자 야콥은 목이 콱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가 그를 옆으로 밀어버리고 다시 칼을 휘둘렀지만, 엘리자베트 클레멘트는 칼날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옆으로 몸을 굴렸다. 이번에는 칼이 그녀의 어깨를 내려치면서 목덜미를 깊숙이 베었다.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사형집행인과 그를 도우러 온 아들, 그리고 경악에 찬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의 몸에 튀었다.
지몬은 아이의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등을 덮고 있는 셔츠도 세게 잡아당겨 찢어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신음 소리가 일었다. 한쪽 어깨뼈 아래에 손바닥만 한 기호가 있었는데, 지몬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빛바랜 보라색 원 밑에 불쑥 튀어나온 십자가가 붙어 있었다.
♀
순간적으로 부두가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 그러고는 첫 번째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마녀다! 마녀가 한 짓이야!” 다른 누군가가 외쳤다. “숀가우에 마녀가 다시 나타났어! 마녀들이 우리 애들을 잡아갈 거야!”
사형집행인은 슈트라세 소년의 몸을 부드럽게 들어 모로 눕게 했다. 어깨뼈 밑에 자주색 기호가 있었다. 흐릿했지만 분명히 보이는 그 기호는 아래쪽에 십자가가 달린 원 모양이었다.
“악마의 상징이야.” 신부가 속삭이듯 말하며 성호를 긋더니 주기도문을 외기 시작했다.
“Pater noster, qui es in caelis, sanctificetur nomen tuum……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이를 어디에서 찾았나?” 야콥 퀴슬이 시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마구간에서. 맨 뒤쪽의 짚 꾸러미들 밑에 숨겨져 있었네.”
지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대답한 사람은 프란츠 슈트라세였다. 증오로 가득 찬 그는 자신이 돌보던 아이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아마 거기에 줄곧 누워 있었을 거야. 오늘 아침에 요제파가 냄새 때문에 살피러 갔던 거니까. 요제파는 짐승이 죽어 있는 줄 알았다더군. 그런데 그게 요하네스였을 줄이야.” 슈트라세가 중얼거렸다.
지몬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이의 베인 상처는 며칠 전 안톤 크라츠에게서 본 것과 똑같았다. ‘페터 그리머, 안톤 크라츠, 요하네스 슈트라세…….’ 그럼 조피와 클라라는? 지금쯤 악마가 그 두 아이도 찾아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