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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1010343
· 쪽수 : 604쪽
책 소개
목차
중독된 순례자들
발문
안덱스 수도원 안내서
리뷰
책속에서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여자였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금발 머리를 틀어 올린 여자. 수백 년 전 궁정에서 유행했던 머리 모양이었다. 그녀는 풍만하고 붉은 입술로 지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얼굴은 시체처럼 생기 없고 창백했다. 갑자기 그녀의 입이 크게 벌어지더니, 몸속 어딘가에서 양철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로 멜로디가 작게 울려나왔다. 지몬은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자신이 듣고 있는 것이 철금(鐵琴) 소리임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망치들이 딸랑딸랑, 챙챙 건반을 때려 오래된 사랑 노래를 연주했다.
“그 세 성체가 왜 그렇게 신성한 거예요?” 막달레나는 끈적끈적한 연고를 계속 천에 바르며 물었다.
지몬은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음, 성체 둘은 교황 그레고리 시대의 것이라고 해요. 교황이 오래전 성체에서 하느님의 표식을 발견했다더군. 나중에 교황 레오가 성체를 하나 더 찾아냈소. 예수님의 이름 글자가 피에 젖어 나타났다던가. 이 수도원이 건립된 이래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매년 그 신성한 유물들을 보려고 세 성체의 축제에 맞춰 순례 여행을 왔소. 유물들 앞에서 오랫동안 기도를 드리면 하느님이 기도를 들어주실 거라고 하던데.”
마스터 한스는 바닥에 침을 뱉고는, 계단 끝에서 굵은 나무로 보강된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 있는 도구들은 너도 대부분 알고 있겠지.”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료를 고문하게 되다니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덕분에 설명을 생략해도 되잖아.”
네포묵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뜨끈한 물이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자 그는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곳이 바로 고문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