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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1009347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약속- 추리소설에 부치는 진혼곡
사고(事故)- 아직도 가능한 이야기
작품해설
리뷰
책속에서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당신네들 추리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진행 방식입니다. 당신네들은 사건 진행을 논리적으로 설정하지요. 마치 장기를 두듯 진행시킵니다. 여기엔 범죄자, 저기엔 희생자, 또 이곳엔 공모자 저곳엔 부당 이득자,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수사관은 이 규칙을 알고 반복해서 판을 벌이는 것으로 족하지요. 그럼 어느 틈엔가 범죄자를 체포하게 되고, 정의는 승리를 도와주는 겁니다. 이런 식의 픽션이 나를 참을 수 없이 격분시킨단 말입니다. 현실이란 논리를 가지고서는 극히 일부밖에 파악되지 않는 거니까요. 무릇 사건이란 수학 공식처럼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네 작가들은 이런 점에 괘념치를 않습니다. 당신네들은 우리에게서 끊임없이 빠져나가는 현실과 맞붙어 싸우려 들지를 않고, 다만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세우는 겁니다. 그렇게 세워진 세계는 아마도 완전한 세계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거짓 세계입니다. 실재를 향해, 현실을 향해 나아가려면 완전함을 대담하게 포기하십시오. 그렇잖으면 당신네들은 아무짝에도 못 쓰는 문체 연습에나 골몰하며 주저앉는 꼴이 되고 맙니다.” -〈약속〉중에서
“그래도 병적인 인간에게는 여자의 대리품이 될 수 있지요. 이런 유의 살인자는 성인 여자에게는 감히 어쩌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 소녀를 상대하는 거지요. 여자를 죽이는 대신 어린 소녀를 죽이는 겁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번번이 비슷한 유형의 소녀를 유인하는 거죠.
자세히 검토해보면 희생자들은 모두 닮은 데가 있을 겁니다. 저능아로 태어났든 병에 걸려 그렇게 되었든 간에 문제의 가해자가 단순하고 미개한 인물이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그런 인물들은 충동을 제어할 줄 모르거든요. 일시적 충동에 맞설 저항력이 비정상적으로 약한 거죠. 그들에겐 활용되는 힘이 어이없을 정도로 미약해요. 약간 변질된 신진대사와 얼마간 퇴화된 세포들. 그러고 보면 그런 인간은 바로 동물이나 다름없어지는 겁니다.” -〈약속〉중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백을 해야 해요. 고백할 거리야 누구든 갖고 있는 법이오. 당신한테도 그런 것이 서서히 떠오를 거요! 좋소, 젊은 친구. 숨길 것도 주저할 것도 없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당신은 어떻게 기각스를 죽이게 되었소? 흥분한 나머지? 이럴 경우 우린 살인죄에 대한 기소에 대비해야 할 거요. 검사가 그쪽으로 몰고 가리라는 걸 장담하지요. 내 추측은 그렇소. 난 그 친구를 잘 안단 말이오.”
트랍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사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