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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05854
· 쪽수 : 24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게 네 몸이야, 마리카. 이게 내 몸이라고.'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분노에 목이 메어오는 채로.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수치스러운 나머지 칼로 얼굴을 그어버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내 마음 한편에서는 야릇한 쾌감도 동시에 움트고 있었다. 불가사의한 나르시즘이랄까. 그 속에 빠져들 때면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추한 몰골을 사랑했다. 그것을 증오하는 만큼이나. 이따금 나는 벌거벗은 채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여자를 비웃었다. 시시덕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벌거벗은 몸뚱이를, 볼썽사납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흐느끼는 여자를 비웃었다. 이윽고 나는 그짓을 그만두고 불을 껐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분사분 속삭였다. 괴물 같아 보이는 그 얼굴을 감싸쥐고 그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오래오래 그 머리칼을 손으로 빗겨주었다. 그녀를 달래기 위해.
"아냐, 마리카. 이건 사실이 아냐.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 본문 66~67쪽에서
나는 그녀와 가까워지지 않기 위해 그녀를 그렸다.
꼬마들이 꿈에서 본 무시무시한 괴물을 그리듯. 나는 흉측하게 생긴 머리들을, 그 게걸스런 웃음을 화폭에 담았다. 얼굴 없는 머리들은 뭔가에 홀린 듯 비명을 지르려다 말고 화폭 속에 굳어졌다.
나는 돌멩이와 진흙을 짓이겨서 손가락에 묻힌 다음 화폭을 손으로 문지르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붓으로 그린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올 것 같ㅡ므로. 나는 화폭을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손톱으로 긁어댔다. 시간이 흐르면 그림은 갈라지고 부서졌다. 그리고 결국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 본문 15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