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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482476
· 쪽수 : 208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네는 봉주르 씨도 모르는가?”
봉주르? 이름이 무슨,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말 같다.
그는 마치 민주투사처럼 말을 했다. 말 잘하는 사람은 개그맨 아니면 사기꾼밖에 모르는 돌머는 잘 모르는 내용뿐이라, 손님들의 토론에 끼어들지 못했다.
돌머는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다만 생각만 했다. 만약 저들이 정치를 한다면, 과연 말처럼 행동을 할까? 수많은 청중이 환호하는 걸 보면 상당히 인기 있는 모양인데, 지금은 저렇게 인기를 얻으나 권력의 편에 서면 다들 똑같아지는 게, 수십 년간 보아온 정치인들의 행태던데…….
(중략)
돌머가 주문하는 걸 깜박 잊고 생각에 젖어 있을 바로 그때,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놀래 쳐다보니, 얼굴에는 시체 썩는 듯이 시커먼 립스틱을 바른 아줌마가 돌머를 노려보며 말한다.
“왜 빨리 주문 안 해? 문 닫을 시간 다 되어 가잖아.”
그러고 보니 티브이 보느라 여태 주문 안 했다. 잘못하면 밥도 못 먹게 생겼다.
돌머는 급한 마음에 소릴 질렀다.
“나는 꽁치다.”
그러자, 주방 아줌마가 째려보며 외쳤다.
“왜 반말이야? 식당 일 한다고 우습게 보여?”
돌머는 겁이나 더듬으며 겨우 대답했다.
“저는 꼼치, 아니 꽁수, 아니 꽁치구이로 주세요!”
돌머의 눈에 광고문 하나가 들어온다.
“맛나게 해 주오.”
(중략)
“저기, 수준 낮은 여자도 있나요?”
“어머나! 너무 겸손하시네요. 요즘은 무조건 눈을 높여야 한다니까요. 남들 하는 것 좀 보세요. 눈들이 높아지다 못해 머리 위까지 올라붙어 선글라스도 머리통 위에 쓰고 다니는 것 못 봤어요?”
“제가 좀 부족해서요.”
“아유! 괜찮아요. 다 갖추고 이런 데 전화 거는 사람 있겠어요? 그렇다면 벌써 팔렸지. 어머나! 죄송해요. 영업 전략이 들통날 뻔했네. 아유! 학력은 어떻게 되세요?”
“저기, 그게 그러니까 그냥 중학교 겨우.”
“어머나! 돈 버시느라고 바쁘셨구나! 괜찮아요. 돈만 많으면 됐죠, 뭐. 대학 나와 봐야 취직하기도 힘든 세상에 일찍부터 돈 버는 게 낫죠. 그건 그렇고 신장은 어떻게 되세요. 요즘 여자들이 워낙 키가 훤칠한 남자들만 찾아서.”
“키가 그러니까 그게 저기, 가수 조용필과 비슷한데요.”
“그, 그래요? 아니 뭐 저기 그러니까 그게 꼭 그렇다기보다도…… 어쨌든 키는 조용필만 해도, 돈도 조용필만큼은 벌어 놓으셨겠죠?”
“아니요! 별로 없는데……”
“그럼 지금 말씀하시는 게, 학력도 그렇고 키도 그렇고 돈도 없고 그렇다는 건가요?”
“그런데요.”
“…….”
“여보세요?”
“뚜뚜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