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춤추는 들녘에 불꽃 되어

본일
사랑은 결을 맞춰 가는 것
주먹밥
기억 속의 서가
천애
서흐레
망우-비와 무덤 사이
단애
여인1
얼근 동태찌개
하얀 리본

구향순
함께 걷는 길
구름 밟기
섬진강 산문에 서서
물오름달
미안해
모르지
우리 사이
오늘이 그날일 수도
가을, 장미에게
흐르는 것은 흐르고야 만다
바람의 말을 듣다
달빛 밟기

김현탁
사슴
안개꽃
대청동 연가
싸리울
회상
아, 어머니
침묵

김윤수
아직도라는 이름의 섬
가을나무
초록이 있는 풍경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때
북해도 3월 그리고 눈
비의 채찍
불면의 강
태종대
무척이나 쓸쓸한
마라도

이종인
들으시는가 봄 노래 작은 함성
이 봄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
오직 하나이더라
전설
달밤에
신선의 취모검
다송원 봄눈
단오의 봄 꿀은
여름 봉장에서
자두의 맛
그리움

강태숙
비 오는 날 길 위에서
소나기
자갈치 아저씨
꼴라쥬
산복도로에서
벚꽃 가로수 길에서
가을, 망부석
늪
구월에는

최경용
뻐꾸기 꽃 필 때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한 알 씨앗이 되어
외로워라
진천 농다리
미녀봉
지아비
피정
하얀 겨울밤에
쑥스런 노송
태종대
씨앗

양정숙
낮잠
매듭
그 여인을 아시는지요
흔들리는 내가 밉다
그 소리는
하루해가 저물고
시를 쓰지 않는 시인
글을 쓰다가
글을 쓰다가(3)

박찬성
솔모팅이
남살미
봄
여름밤
잠자리
오수
도토리
갈대 억새
까치놀
가을 끝에
달관

최은주
어젯밤 비에
황매화
비를 부르는 갈참나무 이파리의 주문
대나무
오월 계룡산
피어라 꽃
하늘님 저래도 괜찮은가요
그 눈물 한 방울로
하얀 민들레
장독대
나도바람꽃

골목 끝에 만난 계단
위로 오를까 아래로 내릴까
오르면 내려갈 길
내려가면 돌아갈 길
거미줄처럼 엮였다

들숨 날숨
쉬어가며 기웃기웃
한 층 한 단
풍경이 다르네

이런 데 살라면
몇 날이나 지낼 수 있을지
오를수록 하늘이 무너지고
내릴수록 땅은 푸석하다

한남동 우사단길
시간이 멈춰 버렸다
그래도 인생 타래
풀어야 살지

오늘도 계단을 엮어
반나절 장이 서면
높은 곳 낮은 삶
꽃 한 송이 집어 든다.

「서흐레」 전문

비밀이란 해를 품은 듯 뜨겁지
열정을 가졌을 때야말로
가장 진실하지 않던가

식어버린 사랑에도
기억이 남아있는 것은
부여잡았던 절절한 진실 때문이다

작은 행복감을 지키려
궁리의 궁극에 이르는 그래서
당신과 내가 살아가는 것은
진실한 거다

저토록 가을을 태우며
낙화 앞에 희망을 수놓는
장미꽃처럼 안다미로
하늘 하나 품고 산다 이 가을엔

「가을, 장미에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