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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0578
· 쪽수 : 258쪽
책 소개
목차
1. 사랑스런 가시나무 공주 6
2. yes 218
작가 후기 256
리뷰
책속에서
“어때?”
거울 너머로 질문이 들려왔다. 쿠보타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르겠어.”
미야마가 대답하자 쿠보타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별로야? 좋다고 생각하는데.”
“옷은 좋아. 「NIKKA」다운 분위기가 배어 나와. 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런 무방비한 옷은 ‘미야마 유키히코’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이 옷은 미야마가 숨기고 싶은 점을 훤히 드러낸다.
고급 브랜드 쇼에서는 디자이너의 주장에 멱살을 잡으려는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것은 옷을 이용한 강렬한 메시지이며, 쇼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지능과 기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델은 디자이너의 대리인으로서 디자이너가 옷에 담은 주장을 무기 삼아 런웨이에서 관객들을 설득해야 한다.
쿠보타의 옷에는 그런 맹렬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약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는 흐르는 물처럼 유연한 형태. 자유로움과 부드러움. 달콤하고 가련하고 무방비하면서도 막연하고 불안정한 라인이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파고든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여린 부분에 와닿는다. 안 된다. 반사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 옷은 자신을 약하게 만든다.
“표정이 왜 그래.”
고개를 들자 불안한 얼굴을 한 자신과 시선이 마주쳤다.
“마음에 안 들어?”
“아니야. 하지만 나에게는 안 어울려.”
“잘 어울리는데.”
“안 어울려.”
고개를 돌리자 목덜미가 따끔했다. 핀이 닿아서였다.
“움직이지 마, 금방 고칠게.”
쿠보타가 목덜미를 살폈다. 숨결이 피부에 닿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고생했다. 이건 일이다. 지금까지 일에 개인적인 감정을 불어넣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응, 움직여도 돼.”
쿠보타가 고개를 들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유키히코?”
그는 놀란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미야마의 눈가에 손가락을 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왜 그래?”
그의 시선을 느끼고 비참해져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너,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어.”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울어.”
“아무 일 없다고 했잖아.”
험악하게 대꾸했는데도 쿠보타는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미야마의 머리를 덮고 있던 꽃잎 같은 후드에서 핀을 뺐다. 핀을 하나 뺄 때마다 천이 떨어져 나간다. 동시에 마음이 드러나는 느낌이 들어 무서워진다.
핀을 모두 뺀 뒤에 쿠보타가 미야마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무슨 짓이야.”
“왠지 안아줘야 할 것 같아서.”
큰 손이 머리를 어루만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미야마는 몸의 힘을 빼고 팔을 뻗어 쿠보타의 등에 감았다.
“키스해도 돼?”
이렇게 묻자 쿠보타는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그건… 좀 그렇지 않아?”
“부탁해.”
뚫어지게 바라보자 잠시 후에 쿠보타가 얼굴을 기울였다.
입술이 겹쳤다가 떨어져 나갔다.
그런 아이 같은 입맞춤으로는 부족해서 이번에는 미야마가 얼굴을 기울였다.
거부하려나.
겁을 먹은 채 입술을 겹쳤지만 쿠보타는 그를 안은 팔에 힘을 주기만 했다.
강하게 끌어안기면서 입술이 깊게 겹쳐졌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몇 번이나 입을 맞추었다.
기쁘면서도 무서웠다. 이제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로는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키스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