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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버그

야코우 하나 (글), 코미즈 키요 (그림)
  |  
MM노블
2016-05-20
  |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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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책 정보

· 제목 : 버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5665
· 쪽수 : 226쪽

책 소개

엄청난 양의 피의 흔적만 남긴 채 시체만 없는 연쇄 살인 사건 ―그 진짜 범인은 사람을 잡아먹는 ‘벌레’였다?! 이 수수께끼의 사건을 쫓는 경시청 수사 1과의 형사 히루마 나나미가 만난 것은 특별 수사관인 모즈쿠였다.

목차

1. 숙주 6
2. 기생 71
3. 포식 119
4. 회충약 154
5. 부화 209
작가 후기 222

책속에서

“아, 모즈쿠 씨.”
위에서 아래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던 사람은 모즈쿠였다. 오늘도 슈트 차림새로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모즈쿠는 나나미가 말을 걸자 놀란 듯이 우뚝 멈추어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모즈쿠 씨도 와 계셨군요. 마침 잘됐네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카와구치 씨의 부모님과는 만나셨습니까?”
모즈쿠가 있는 곳까지 계단을 올라가니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빤히 쳐다보았다. 의아하다는 시선에 나나미는 당황하여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즈쿠 씨? 왜 그러세요?”
묵묵하게 있는 모즈쿠에게 다시 말을 걸자 그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아니…. 카와구치 씨의 부모님은 벌써 가셨습니다. 내일 다시 온다는군요.”
모즈쿠는 방금 전까지 취했던 수상쩍은 태도를 지우고 사교성 좋은 얼굴로 가르쳐 주었다.
“아, 그렇군요. 에이, 아깝네.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런데 모즈쿠 씨, 증거품이었던 어제 비디오 메모리 카드가 사라졌지 뭡니까.”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멈추고 내려오는 모즈쿠와 걷는 속도를 맞추었다. 모즈쿠는 메모리 카드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도 딱히 놀라는 반응 없이 그저 나나미만 보고 있었다.
“정작 같이 보았던 노무라 선배도 기억이 흐릿하다고 하셔서요. 정말 죄송한데 어제 본 나머지 남자 두 명의 신상을 조사하고 싶으니 모즈쿠 씨께도 협력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카와구치 씨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발품이라도 팔아서 조사하는 수밖에 없어서.”
같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나미는 사정을 이야기하며 협력을 요청했다. 모즈쿠의 시원한 대답을 기대하며 쳐다본 나나미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는 그의 태도에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아….’
모즈쿠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어질하고 현기증이 났다. 모즈쿠의 파랗게 빛나는 눈을 보자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머릿속이 마비되면서 아래턱부터 목덜미에 걸쳐 닿는 모즈쿠의 손이 이상할 정도로 뜨겁다고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나나미가 쭈그려 앉자 자연스럽게 모즈쿠의 손이 멀어졌다.
“저는 이제부터 아라사와 아카네의 집으로 갈 테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계단 중턱에서 웅크리고 있는 나나미에게 등을 돌리며 모즈쿠는 그 자리를 떠나가려고 했다. 나나미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얼른 일어섰다.
“잠깐만요, 모즈쿠 씨! 협력해 주셔도 되잖아요?!”
사람이 이렇게 부탁을 하고 있는데 그냥 멋대로 가 버리는 모즈쿠에게 화가 나서 나나미는 억눌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즈쿠의 발이 딱 멈추며 계단의 층계참에서 경악에 찬 얼굴로 돌아보았다.
“…이거 놀랍군.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
모즈쿠는 빤히 나나미를 쳐다보면서 망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무례한 태도라서 은근 화가 치밀어 거친 걸음걸이로 다가갔다.
“아무리 특별 수사관이라고 해도 이렇게 비협력적으로 나와도 되는 겁니까? 같은 사건을 쫓고 있으니까 조금은 도와줘도 되잖아요. 아라사와 아카네의 집으로 가는 겁니까? 그럼 저도 갈 겁니다.”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즈쿠의 모습에 속을 끓이며 나나미는 지르퉁한 표정을 지었다. 모즈쿠는 마치 이제야 나나미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듯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건데요?”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는 모즈쿠에게 화가 나서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았다.
“아니…. 뭐 그럼 같이 가도록 할까. 차는 갖고 왔고?”
모즈쿠의 태도가 이제까지의 제대로 격식을 차린 것과 다르게 꾸밈없고 털털하게 변했다. 아까까지와는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나미는 당황해서 눈만 껌뻑거렸다.
“네. … 그런데 모즈쿠 씨, 방금 전에 눈이….”
파랗게 변하지 않았냐고 물으려고 했다가 자기가 봐도 이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인가 싶어서 그 말을 삼켜 버렸다. 모즈쿠의 눈은 지금은 아무리 보아도 까맸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히루마 나나미… 였지? 식욕은 좀 있어?”
나나미의 차로 아카네의 집으로 가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중에 그런 질문을 받았다. 모즈쿠의 그 이상한 물음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모즈쿠 씨는 누구에게나 그 질문을 하던데 무슨 의미라도 있는 겁니까?”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 키를 꺼내면서 나나미는 계속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을 물었다. 모즈쿠의 눈이 커다래지면서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는 나나미에게 따져 물었다.
“그것도 기억하고 있구나.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지?”
차에 타려던 나나미에게 모즈쿠가 바짝 다가왔다. 모즈쿠의 흥미로 가득한 눈초리에 압도당해 나나미는 미간을 좁히며 운전석에 자리를 잡았다.
“전 기억력이 나쁜 편이 아니라고요. 아니, 며칠 전 일인데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요. 모즈쿠 씨가 무신론자라는 것도 기억나는데.”
조수석에 올라탄 모즈쿠에게 엔진에 시동을 걸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나나미에게 기억을 못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한 태도였다. 업신여기기라도 하는 건가 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너 같은 사람과 만난 건 처음이야. 이거 흥미로운데.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차를 출발시키려고 핸들을 쥔 나나미의 손 위로 모즈쿠의 손이 겹치자 나나미는 깜짝 놀라 몸이 굳어져 버렸다. 모즈쿠는 나나미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마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까지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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