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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3258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새장 속의 가희
[제2장] 잠들지 못하는 악마
[제3장] 가엾은 소녀
[제4장] 표적이 된 정령술사
[제5장] 배신자와 배신자와 배신자
[제6장] 월야의 악마
[종장] 날카로운 햇빛이 세상에 가득하다
작가 후기
리뷰
책속에서
어릴 적부터 니나는 잠들었을 때, 아주 작은 소리나 기척에 반응하는 버릇이 있다.
시각은 이윽고 새벽이 밝아오려 하는 즈음. 남향의 창이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했지만, 일어나기에는 아직 이르다.
‘……쥐……, 새…… 인가?’
지붕 쪽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괜히 깼다고 생각하며 몸을 뒤척이자 왼쪽 팔에 채워진 투박한 수갑과 거기에 연결된 튼튼해 보이는 사슬이 철그렁 하는 쇳소리를 냈다.
무거운 사슬도, 천을 물린 수갑도 유쾌하지 않았지만, 마치 니나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처럼 꽉 조여 오는 팔도 불쾌했다.
말랐지만 생각보다 힘센 팔은 니나의 가냘픈 등에 둘러져 있고, 남성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손가락은 니나의 황갈색 머리카락에 묻혀 있다. 상대방이 의식이 있건 없건, 힘겨루기로는 승산이 없는 니나는 끌어안긴 채, 조금이라도 편히 잠들 수 있는 위치를 찾아 몸을 뒤척였다.
눈을 뜨니,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 수려한 얼굴이 보였다.
‘음험한 남자는 싫어.’
그의 은은한 검은색 머리카락은 니나보다 윤기가 있어, 아마도 만지면 무척 기분 좋을 것이다.
‘제멋대로인 남자는 싫어.’
차갑고 날카로운 호박(琥珀)색 눈동자는 지금은 눈꺼풀이 닫혀있어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 아름다운 남자는 싫어.’
자신의 몸에 매달리듯 두른 팔이 마치 유일무이한 연인을 껴안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자, 왼손에 채워진 무게를 잊을 것만 같아서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
‘나 자신도 싫어.’
혐오감을 느꼈지만, 청년의 따스함이 부드럽게 니나를 감싸고 잠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때 노래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잠에 빠져들기 직전의 중얼거림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꿈속에 녹아들었다.
―그때 노래하지 않았다면, 악마에게 발견되지 않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