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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3418
· 쪽수 : 274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복수자, 재회하다
[제2장] 복수자, 영양을 유린하다
[제3장] 복수자, 쾌락을 가르치다
[제4장] 복수자, 벌을 주다
[제5장] 복수자, 수수께끼를 밝혀 나가다
[제6장] 복수자, 마음을 헤아리다
[제7장] 복수자, 말실수를 하다
[제8장] 복수자, 진실에 다다르다
[제9장] 복수자, 사랑을 고백하다
[에필로그] 복수자, 신부에게 맹세하다
작가 후기
리뷰
책속에서
알버트 프랭클린은 과거를 회상하듯, 2층에서 현관 홀로 이어지는 계단의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소년기가 끝날 즈음까지 고용인으로서 지냈던 이 저택에는 수많은 추억이 어려 있다.
알버트는 옛날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입가에 떠올렸다. 추억의 마지막 자락은 전부 쓰라린 과거로 이어진다.
이곳은 북쪽에 위치한, 노스브룩 영지에 있는 노스브룩 백작 저택이다. 현관 홀은 과거의 영화를 드러내는 양 호화로운 생김새였지만, 큰 계단 아래에 있는 난로에는 불이 지펴져 있지 않았다.
초봄이긴 하지만 알버트가 사는 도심에 비해 노스브룩 영지는 아직 춥다. 여기저기에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었고 호수와 강의 수면에는 얼음이 얇은 막을 이루고 있었다. 아직 한겨울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
알버트는 프록코트 위에 걸친 외투의 앞섶을 여몄다.
천장이 꼭대기까지 뚫려 있는 계단참 위에 서서 무도회라도 열 수 있을 듯 드넓은 현관 홀을 내려다보았다. 흰 대리석 바닥은 평소라면 높은 천장의 천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하며 매끄럽게 빛나고 있을 터였지만, 지금은 둔탁하고 칙칙했다. 저택 주인의 최후와 그 후의 혼란을 이야기하듯이, 바닥에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허무하군…….”
왕년의 광채를 아는 알버트는 씁쓸한 심정에 미간을 좁혔다. 만약 자신이 이 저택에서 쫓겨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결말을 맞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말로 다하지 못할 억울함에 그러쥔 계단 손잡이는 원래는 오크 목재였으나, 긴 세월에 걸쳐 진한 조청 색깔로 변색하여 역시 옛날의 광택을 잃었다.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집기류와 벽면에서 천장에 걸쳐 장식된 천사와 여신을 모티브로 한 흰 회반죽 장식에는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다. 2층의 큰 창에서 비쳐 들어오는 한낮의 햇살에 비친 발밑의 양탄자도 상당히 낡아서, 그 위를 걷자 쌓인 먼지가 피어올랐다.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멀리서 봐도 그을음을 알 수 있을 만큼 탁해져 있었다.
저택의 주인이 죽고 나서 하인들을 해고했기 때문에 손질을 할 수 없었으리라. 저택에 남은 거라곤 피서지에서 요양 중이던 주인의 딸과 그녀의 시녀뿐이었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된 자신과 재회하면 그 두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알버트라는 사실을 알아챌까?
특히 백작 영양인 피오나 노스브룩은 어떤 얼굴을 할까? 상상만으로 등줄기가 오싹거렸다.
경악할까 분노할까, 아니면 지금 자신의 처지를 수치스러워 하며 달아날까? 어쨌든 굴욕감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알버트의 눈동자 안쪽이 어둡게 빛났다. 계단 아래에서 양쪽개폐형의 현관문이 무겁게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