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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88961962957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굽은 다리로 걸어가는 사람들
- 오래된 집
- 소의 행방을 묻다
- 소실점의 자리
- 고궁을 나서며
2 시대를 기억하는 세 가지 방식
- 어떤 몸짓
- 의상을 입어라
- 시대의 공기
3 옛날 여자와 옛날 남자
- 가족이라는 형식
- 어른과 아이
- 해변의 가족
4 유년의 유원지
- 어항이 부서지던 오후
- 서정시를 배우는 시간
- 운동장 조회
-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5 가면, 얼굴들
- 가면들
- TV 속의 남자
- 한낮의 퍼레이드
- 얼굴들, 헐벗은
6 징후들
- 서울역에서 만난 어머니와 아들
- 기억나지 않음
- 서부영화의 첫 장면
- 론리 스트레인저
- 미래라는 낱말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우리 각자에게는 돌아보지 않은 오래된 집이 있다. 역사, 무의식, 오랜 상처, 고통의 기억.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다만 폐허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 위에 한 켜를 더 얹지 않기 위해 이제 오래된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 안에서 이미 죽어버린 꿈들을 애도하고, 다시 살려내야 할 무언가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이 마치 좀비처럼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헛된 꿈을 떨쳐내기 위하여. 이미 죽어버린 것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떠도는 죽음에 제대로 된 무덤을 선사하기 위하여.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래된 집의 문을 열고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던 어두움을 응시하려 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과거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공기나 햇빛, 날씨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로 한 시대를 기억하는 것이 가능할까. 시대를 말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지식이나 이론, 정치적 분석으로 무장해야만 하는 것일까. 앞서 말한 것들은 나에겐 ‘중요한 현실들’이지만 담론의 영역에서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나날의 먼지로 분산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다 하여 그런 미묘한 것들을 모두 걸러내버리고 실제적인 것들만을 남기고 나면 삶의 일부로서 시간은 사라지고, 추상적인 관념만 남게 될 것이다. 어떤 시대, 어떤 시절에 대한 느낌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사람들의 매일 매일의 시간 속에서 축적되어 가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미묘한 것들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환기하도록 이끄는 어떤 단서나 기억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그런 감각의 잔해들인지 모른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자신에게 일어났던 역사를 환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