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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63275499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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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숨을 쉬는 것도 힘이 들었다. 당신의 이야기가 거짓말이었으면, 나를 위해 당신이 허구로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는 것이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당신의 두 눈은 오직 과거 속을 더듬고 있었고, 당신의 목소리에서는 묵은 고통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당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적어도 그 이야기의 일부는 진실인 것이 분명했다.
“그럼 타요.”
나는 차에 탔다. 침묵 속에 몇 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때 알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당신이 날 도와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죠?”
그는 천천히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잘 모르겠어요. 때로는 남자라면 꼭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인데, 내 안의 남자가 그 사실을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모양이에요. 아마도 예전에 당신의 영혼을 본 적이 있어서 이러는 거겠죠.”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토머스는 원래 완전히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전화가 끊겼다. 나는 핸드폰을 끄고 침대 옆 탁상 위에 내려놓았다. 난장판이 된 주위를 둘러보면서 불규칙하게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침대는 누더기였고 방바닥에는 갈가리 찢긴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옷장 문이 열려 있었고, 봉이 뽑혀 비스듬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 봉에는 옷걸이에서 떨어지다 만 옷들이 대롱대롱 걸려 있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옷걸이가 방바닥에 널려 있었다. 옷장 바닥에 더 많은 옷이 쌓여 있었지만 그 옷들은 다행히 망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