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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디자인/공예 > 디자인이야기/디자이너/디자인 실기
· ISBN : 9788970598703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시작하며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 _ 도올 김용옥
1장 오래된 것에서 찾은 위대한 디자인
오래된 모던
선비의 책상, 승려의 책상, 무슬림의 책상
춤추는 두루미
호랑이 요강과 마르셀 뒤샹의 샘
평범하고 소박한 것의 위대함
추사의 편집 디자인
아주 작은 방
살이 디자인
2장 오래가는 디자인
가득함을 경계하라
조화로운 디자인
나전칠기 리바이벌
지속되지 않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
무거우면 둘러메고 가라
아이 사랑이 빚어낸 명작
새 토테미즘
5만 원짜리 디자인
3장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
한옥마을에서 한옥을 찾다
부활한 승리의 여신 나이키
빈티지 룩과 밀리터리 룩
루이비통, 전통과 혁신을 말하다
자전거로 그린 도시 코펜하겐
국민차 비틀
빛의 신전
오래된 물건
마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먼 조상들의 흔적에서 디자인의 이념을 발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해보겠다고 주장하기에 이 돌도끼는 21세기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기능주의라는 용어 또한 시대착오로 보인다. 그러나 기능이 정직하게 실현된 돌멩이에서 고전주의적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이 오래된 돌멩이를 기능적 정합성에 충실한 모던의 원형인 ‘오래된 모던(old modern)’이라 부르고 싶다. 모던은 이제 낡은 이념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낡거나 퇴색하게 된 배경에는 모던이 출현할 당시의 순수와 열정을 잃어버린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태곳적 인간의 순수한 감성과 욕구에서 만들어진 주먹도끼에서 방향성을 상실한 모던의 이상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모던」에서
요강은 결코 예술가가 만든 작품이 아니다. 당연히 예술이고 싶어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술을 극구 부정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생활의 한 도구가 경지에 이른 것뿐이다. 그러한 단계를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예술에 대한 다양한 개념 정의가 있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삶을 위한 예술은 있어도 예술을 위한 삶은 없다는 것이다. 달콤함을 정제한 것이 설탕이며, 감칠맛을 극대화한 것이 인공감미료다. 정제된 미로서의 예술이나 극대화된 맛으로서의 조미료 따위보다 건강하고 온전한 삶을 위한 투박한 재료, 소박한 정신이 필요한 시절이다. 화려하든 소박하든 간에 그 대상이 나의 삶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줄 때라야 더 친근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뒤샹의 ‘변기로 만든 샘’보다는 아무개의 ‘요강으로 만든 호랑이 새끼’에 더 정이 간다.
- 「호랑이 요강과 마르셀 뒤샹의 샘」에서
21세기 문화 중심 시대가 도래 했다고 모두들 목청을 높인다.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고 우리의 고유성을 빛내며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자는 구호 역시 지루할 만큼 반복되고 있다. 새삼스럽게 전통의 형식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적어도 ‘정체성’ ‘전통’ ‘고유성’이라는 것이 과거에 완료된 것을 오늘에 재현하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의 정서와 관점이 반영된 현재 진행형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정지되어 있는 박제된 철화무늬, 고려청자 형상의 재현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백자 병은 철화로 표현된 끈무늬의 뛰어난 조형성이나 병의 형태미만 가지고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 무늬나 형상이 아름답다고 한들 그것이 옷에도 잘 어울릴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 형상을 재현한다고 해서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더욱 아니다. 백자 병의 디자인은 삶과 결부되어 있는 익살이요, 유희다.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관조하고 일상을 즐기라는 의지를 표상한다. ‘무거우면 둘러메고 가라’는 메시지가 바로 백자 병의 디자인 콘셉트이자 매력인 것이다.
-「무거우면 둘러메고 가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