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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설교/성경연구
· ISBN : 9788970713878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구약, 그 정치적인 말씀 _ 김근주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_ 조석민
정교분리의 복잡한 역사 _ 배덕만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기독교정치론 _ 김동춘
책속에서
머리말
감옥에 갇힌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바울은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을 강력하면서도 따뜻하게 권면한다. 바울의 권면을 1:27에서는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한다.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
‘생활하다’라고 번역된 헬라말 동사는 “폴리튜오(politeuw)”이다. 이 헬라말 동사는 크게 ‘자유 시민으로 살다’ 혹은 ‘규정 혹은 규례를 따라 살다’라는 의미와 ‘다스리다’, ‘공적인 일에 종사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와 로마 도시의 자유인으로서 그 도시의 규정을 따라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가운데 공적인 일에 참여하여 봉사하거나 일하는 것 등이 이 동사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개역 성경 역시 이 구절의 난하주에 “시민 노릇”이라는 의미를 달아 두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영어로 ‘정치’를 의미하는 ‘politics’나 ‘political’이 있다. 우리말의 정치는 어떤 특별한 영역이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행하는 일로 여겨지게 되어 버렸지만, 사실 영어 단어 자체가 헬라어에서 왔고, 헬라말 동사의 기본적인 의미가 ‘도시의 자유 시민으로 살아가다’임을 생각하면, ‘정치’의 근본은 ‘노예가 아니라 시민으로 살아가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생각하면 노예가 아닌 이상 그 누구든 ‘정치’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다. 누가 어떤 자리에 가고 누가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우리가 이 땅에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한 어떻게 하는 것이 시민 노릇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 주어진 것만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도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약속되고 합의된 것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며, 때로 필요하면 공공의 유익을 위해 직접 그러한 일에 참여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로 치자면 우리가 사는 지역에 살며 시민으로 할 일을 하다가 필요하면 공적인 영역인 행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시민으로 살기와 행정에 참여하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할 것이며 시민으로서의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는 정치인들이 할 테니, 국민들은 생업에 힘쓰라’ 식의 말은 일상이 정치임을 교묘히 속이면서 정치와 일상을 분리시켜 버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치를 특정한 사람들이 맡아 행하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마귀의 간교한 술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술책은 먹혀 들어갔으며, 특히 대부분의 교회에서 정치는 확연하게 신앙으로부터 일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버렸다. 그 결과는 독재 권력이나 수구적인 가치에 기반한 기득권 유지 권력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벗이 된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2016년 3월 “정치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으로 신학캠프를 진행했다. 이 모임에서 나누어졌던 네 편의 글을 모아 이번에 책으로 내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폴리튜오”동사에서 비롯된 명사형으로 ‘시민권을 의미하는 “폴리튜마”라는 단어가 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단언한다.(빌 3:20)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시민권을 하늘에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이 땅에서의 정치를 이해하고 일상에서 정치하며 살아갈 지를 다루고자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길지 않은 이 한 권의 책을 위하여 많은 도움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느헤미야의 행사 때마다 늘 모든 일을 챙기면서 제 날짜에 쉽게 모이지 않는 원고를 모아서 편집한 배한나 팀장님과 부족한 글을 언제나 기꺼이 출판해 주시는 대장간의 배용하 대표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2016년 7월 11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