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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8884
· 쪽수 : 308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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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그는 관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동요된 동물적 비애감이 엄습했다. 그는 안 믿긴다는 듯이 시신 옆에 머물고 싶었다. 시신이 살아생전에 받았던 관심을 조금 기울여 주고 싶었다. 흔들어 보고, 만져 보고, 말을 하고, 캐묻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는 어머니의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앙상함에 깜짝 놀랐다. 몸을 구부려 어머니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그 차가움에 깜짝 놀랐다. 이 선명한 느낌에 그의 방어 체제는 더 약화되었다. 그러자 그는 앞에 놓인 한 파괴된 인간을 향한 복받쳐 오르는 연민에 압도되었다.
_「3」
“난 저 아이가 데이비드의 아들이란 걸 잊을 수가 없어.”
“요즘 저이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건 아버님이 아니에요.” 메리는 쏘는 듯이 말을 한 자신을 의식하고 내심 놀랐다.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엘리너가 말했다.
메리가 휠체어를 밀어 여기저기 고인 물이 얼룩덜룩한 빛을 반사하는 숲의 산책길을 지나갈 때쯤 엘리너는 다시 말을 할 수 있었다.
“너…… 괜…… 찮…… 아?”
엘리너는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했고, 그럴수록 점점 더 동요했다. 울창한 오크나무의 움직이는 그늘 아래 노란 달래 줄기와 초롱꽃이 어우러진 몽롱한 경치는 무시했다. 엘리너는 패트릭에게서 메리를 구해 주고자 그러는 것이었다. 메리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이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소급 적용할 수 있는 마법으로 스스로를 데이비드에게서 구하려는 것이었다.
_「4」
생나제르 집의 상실은 어린 그를 미치지 않게 돌보아 주었던 상상의 세계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곳의 아름다움에 대한 애착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완전히 파괴될까 봐 두려워 단념하지 못했던 것, 즉 그를 비밀스럽게 보호해 준 것들에 대해 보다 깊은 애착을 느꼈기 때문이다. 집과 마주 보는 석회암 산의 갈라진 틈과 얼룩과 골짜기가 이루는 얼굴 모양의 변화는 그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산마루를 따라 늘어선 소나무들은 그를 구조하러 오는 군인들의 행렬 같았다. 아무도 그를 찾을 수 없는 숨을 곳이 있었고, 계단식 포도밭에서 뛰어내리며 도망칠 때는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곳에는 위험한 우물이 있었다. 그는 그 속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며 돌이나 흙덩어리를 떨어뜨리며 놀았다. 무엇보다 가장 영웅적인 연결 고리는 도마뱀붙이였다. 그 녀석은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그의 영혼을 맡아 가지고 지붕 위로 달아나 안전한 곳으로 또 타향으로 멀리 떠나곤 했다. 패트릭이 그곳에 없다면 그 녀석이 어떻게 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_「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