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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성서 > 성서의 이해
· ISBN : 9788928643882
· 쪽수 : 244쪽
책 소개
목차
캔터베리 대주교 서문
들어가며
01. 마르코 - 한밤중에 들리는 목소리
02. 마태오 - 추방당한 지혜
03. 루가 -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04. 요한 - 결단을 촉구하는 빛
05. 하느님의 밀정 -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교인
06. 말 없는 응답 - 예수와 심판관들
리뷰
책속에서
저는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의 심문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는지를 살피려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이 예수에 관한, 그리고 예수를 둘러싼 진실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구약성서가 암시하듯 우리가 하느님을 재판에 부치려 하면 우리 자신 또한 심판대에 서게 됩니다. 이는 재판관들 앞에 선 예수와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드러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를 성찰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후반부에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 순교자들이 겪었던 시험을 살피고 예수를 심판한 재판관들의 특징, 그리고 그들이 맞이했던 운명을 오늘이라는 맥락에서 재구성해보려 합니다. 예수에 대한 심문은 하느님에 대한 심문인 동시에 우리 자신에 대한 심문입니다.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는 인간과 하느님, 하느님과 인간의 상호 심문을 뜻하며, 그렇기에 이 재판은 단순한 역사 기록에 그칠 수 없습니다. 이는 신앙의 삶을 살아가는 매 순간 또다시 살아나 일어나는 현재의 문제입니다.
이 세계는 온갖 악령으로 가득합니다. 고통이 끊이질 않습니다. 권력이 끊임없이 남용됩니다. 이러한 세계에서 예수가 누구인지를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세계에서는 그에 관해 어떻게 말하든 간에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 세계가 지닌 광기의 옷을 입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세계에서 예수에 대해 무슨 말을 듣든 사람들은 그를 세상의 권력을 탐하려 하는 또 다른 야망가로, 모든 일을 제 마음대로 결정하는 무책임한 폭군으로 재단할 것입니다. 이 세계의 말들로 예수를 묘사하는 순간, 그는 이 세계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여러 경쟁자 중 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그는 ‘비非진리’의 일부로 전락합니다.
하느님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가 안전과 안정감을 구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종교 언어로 풀어낸 것에 불과하다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구원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이야기는 이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길과 결정적인 차이, 절대적인 차이를 갖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종교의 세계에는 이미 초월에 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맞서 마르코는 복음서 이야기를 통해, 무엇보다도 심판대에 선 예수 이야기를 통해, ‘초월’이라는 말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는 것, 우리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을 상상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끌어올려 투사한다면 우리는 결코 ‘초월’에 대해 적절하게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길이 결코 궁극적인 길이 아니며 유일한 진리가 아님을 깨달을 때, 그때 비로소 초월은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