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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성경의 이해
· ISBN : 9788928646722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바울의 편지들에 관하여
1. 내부인과 외부인: 바울이 속한 사회 세계
로마 시민 바울 / 유대인 바울 / 인간 바울 / 종교가 없던 세계
2. 보편적 환대: 바울의 불온한 사상
장벽을 허물다 / 완전히 새로운 자유 / 완전히 새로운 공동체 / 치유하는 희생
3. 새로운 창조: 바울의 그리스도교적 세계
예수 안에 있는 하느님의 형상 /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의 형상 /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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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기간 바울 서신 읽기 안내
리뷰
책속에서
이 책을 내놓을 만한 유일한 구실이 있다면 그것은 매주 교회에 나가는 많은 이가 여전히 바울과 그의 세계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그리스도교의 성립에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임을 알고도 시큰둥한 또 다른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 도 말이지요. 그리스도교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오늘날 상당수 사람 은 바울에 관한 일련의 가설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 다. 이를테면 그가 교회 내 여성의 역할을 제한했고 대체로 성性에 부정적이었으며, 동성애를 반대하고 노예제도를 지지했다거나 예수 의 단순명료한 가르침을 복잡한 철학 혹은 신화로 바꾸어버렸다는 이야기 말이지요. 21세기인 오늘날에는 그를 깎아내릴 온갖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들은 바울에 관한 절반의 이해만 담고 있습니 다. 이로 인해 바울이 진정으로 관심을 보이고 골몰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를 그렇게 추동한 것이 무엇인지는 미궁으로 남게 됩니다. 바울을 제대로 읽으려면 어떤 감각이 필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는 로마 시민이자 여행자, 숙련공인 파울로스인 동시에 유대교 교사이자 율법 전문가, 그리고 한때나마(광기에 사로잡혀 분별이 없던 시절) 이단 색출 집단의 지도자였던 샤울이었습니다. 여기서 새겨두어야 할 부분은 바울이 살아가던 유대교 세계 역시 로마 세계만큼 엄격하게 규정된 계층 사회였다는 점입니다. 이 세계는 사회적 정체성을 매우 중시하는 세계, 누가 진정한 내부인인지, 누가 진정한 유대인인지, 누가 논란을 매듭지을 진정한 권위를 갖고 있는지, 사제인지, 법률가인지, 현자인지에 관한 맹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세계에 속해 있었습니다. 내부인인가, 외부인인가? 시민인가, 이주자인가? 자유인인가, 노예인가? 유대인인가, 이방인인가? 바리사이파인가, 사두가이파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이 세계에는 온갖 경계들이 분명하게 새겨져 있어 그 경계를 넘나들 가능성이 거의 없는, 복잡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로 점철된 세계였습니다.
바울은 앞 장에서 논의한 모든 전제, 곧 유대인인지 이방인인지, 시민인지 노예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그 사람의 위치를 결정하는 사회 아래 깔려 있는 전제들에 반기를 듭니다. 그에 따르면 저 모든 다양한 신분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든 거기에 속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며 그렇게 서로가 만납니다. 이는 바로 예수가 선포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물론 표현 방식은 달랐으며 다른 관용구를 썼지만 말이지요. 예수는 하느님의 백성에 속하려면 특정 민족에 속하거나 법적, 사회적인 영역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백성에 온전히 속하게 되는 존엄함을 모든 사람에게로, 존경받는 사람들과 경건한 이들이 결코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확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