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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8813
· 쪽수 : 720쪽
책 소개
목차
하나~스물하나
외전 Ⅰ
외전 Ⅱ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건 그렇고, 이제 한번 말해 보실까?”
“……어?”
무방비인 설에게 던지는, 아까부터 내내 걸렸던 그 말!
“아까 하려던 말! 그래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고 했던가?”
그야말로 집요해진 재희의 무차별 공격이었다.
“나한테 또 뭐가 더 남았단 거지? 그게 혹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말하는 거야? 아님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또 있단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우린 어떻게 해야 다음으로 갈 수 있지? 넌 꼭 뭔가를 다 아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잖아. 대체 내가 넘어야 할 산이 하나야! 두 개야? 너조차도 내겐 산인 거야? 내가 설마 너도 넘어야 하는 거냐고! 말해 봐. 설. 응?”
“뭐를!”
“뭐든!”
두 사람의 눈동자가 부딪쳐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내가 뭘 자꾸 모른다고 하던데 말이지.”
“……!”
“그러는 넌 뭘 얼마나 많이 알고 있어서?”
“……!”
“도대체 내가 모르는 게 뭐야? 모르는 게 죄라고 했던가? 이제 말해 봐. 나도 모르게 지은 내 죄가 뭔지!”
<중략>
“아무래도 뭔가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들어.”
그녀에게 이유도 모른 채 미움 받는 기분이었다. 그는 내내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거슬려 귀에 박힌 터였다. 설은 필요 이상으로 격앙돼 있지만 또 그만큼 차분하기도 했다. 이해와 미움을 동시에 받는다? 정반대의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건, 그녀가 이미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컨트롤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오늘의 우연이 그녀에게도 우연이었다면 허둥지둥 했어야 옳은 일이 아닐까. 절대 이렇게 준비된 사람이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으니.
“설아? 설이 너니?”
“허!”
“……?”
이 시간에 왜 설의 어머니가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 시간에 그녀가 여기 왔다는 건…….
“엄마아아아아아!”
유주도 함께 왔단 소리였으니까. 두 사람 모두 귀신이라도 본 듯 놀란 표정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무차별 공격을 받는 건 그러니까 이제 보니 설이 아니었던 거다. 바로 이 남자. 그 엄마란 소리에 놀라 눈이 뒤집어질 듯 튀어나와버린 이 남자였고,
“엄마?”
“……!”
“엄마라고!”
“……!”
그는 영문을 모르겠단 눈빛으로 설을 추궁하고 있었다.
“어떻게 엄마야!”
“……!”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저 사람들 말이야. 설마 지금 널 부른 건 아니지? 설?”
그는 이제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널 엄마라고 불렀는데?”
“알아.”
“그런데도 네가 맞다고?”
“그래, 맞아. 나야!”
“왜! 왜 너야! 어떻게 너야!”
그는 마치 세상을 다 잃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