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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31622
· 쪽수 : 568쪽
책 소개
목차
prologue
1~11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19살 때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그럼 열아홉 이전의 기억은 전혀 없는 거야?”
“네.”
재희는 손을 꼭 붙든 채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도 너는 많이 힘들었었나 봐. 지금 내 생각은 그래.”
“내가 왜요! 나는 아무 기억이 없는데, 대체 내가 왜! 뭐 때문에 힘들었단 겁니까!”
몸부림치며 안달하는 환희의 손을 힘주어 꾹 잡던 재희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나도 알고 싶어. 네가 왜 그랬는지.”
기억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이름도 모르는 곳에 떨어져 있었다. 방황하고 흔들리던 환희의 눈동자가 강렬한 무언가를 갈망하며 야속하게 짙어져 갔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찾아야 하는 걸까? 산산 조각나 버린 이 기억들을 하나하나 맞추다 보면, 거기에 네가 있을까? 거기에 우리가 있을까?
“그때의 나는…… 당신들 틈에 끼여 행복한 사람으로 살았습니까?”
기억에도 없는 먼 옛날, 당신들과 함께했던 난 어쩐지 그랬을 것 같아서.
“응. 더할 수 없을 만큼. 그때의 우리 세상을 감히 천국이라 말해도 좋을 만큼. 우린 행복했었어.”
“……!”
“오빠 넌 어떤데? 넌 지금 행복하니?”
우리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여 넌 이제껏 행복한 사람으로 살았니?
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환희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행복할 것도 불행할 것도 없는 사람으로 살았죠. 그런 내 삶에 불만은 없습니다.”
재희 역시 고갤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넌 그냥 좀 잊었을 뿐이니까.”
나는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기억을 잊어버렸다.
행복한 기억을 잊은 채로 다시 태어났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거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넌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좀 잊었을 뿐이야.”
그래, 나는 없는 것이 아니라 잊었을 뿐이다.
이상하게 그 말은 퍽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