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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0363
· 쪽수 : 306쪽
책 소개
목차
2장 046
3장 086
4장 120
5장 158
6장 185
7장 202
8장 248
9장 291
작가 후기 304
리뷰
책속에서
“오지 마!”
살짝 떨리는 날카로운 저지가 팽팽한 공기를 단숨에 찢어발겼다.
그러나 이아손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왜 그러지?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냐?”
냉랭한 물음은 빈정거림 섞인 도발이었다.
“보기 흉하군.”
이아손은 비웃음을 담아 단 한마디로 리키의 두려움을 베어버렸다.
“고집 세고 콧대 높은 게 너의 유일한 장점 아닌가?”
흔들림 없는 강렬한 눈빛은 리키의 발을 그 자리에 못박아버렸다.
“네가 계속 우물쭈물 망설이고 있는 모양이기에 이렇게 내가 직접 찾아와 줬는데.”
결코 언성을 높이지 않는 절대자는 눈을 피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리키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뒷걸음질을 치고 싶은 충동이 밀려와 발끝까지 퍼졌다.
등줄기를 스멀스멀 기어가는 오한과 쿵쿵 세차게 뛰는 고동.
그래도 리키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대로 휩쓸려선 안 된다.
지금 여기서 틈을 보이면 또다시 펫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그것만은 절대 싫어.’
“어떻게 할 거지, 리키?”
바로 가까이에서 차갑고 서늘한 시선이 내려앉았다.
‘선택하는 건 너다.’
그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리키의 멱살을 쥐고 끌고 가는 것쯤은 아주 쉬운 일일 텐데도 이아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물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첫 번째는 강탈이었다.
그러니까 두 번째는 자신의 의지로 바쳐라…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어떤 변명도 할 수 없게 된다.
막다른 곳으로 밀어붙이고, 모든 퇴로를 차단해서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은 채 이아손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리키가 자신의 의지로 제 손에 떨어지기를.
리키는 꿀꺽 숨을 삼켰다.
“내버려 둘 건가? 아니면 다시 사겠나?”
“…나한테 그만한 돈이… 있을 것 같아?”
1만 카리오, 그것이 가이의 몸값이었다.
장난으로 넘길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돈을 빌려주고 폭리를 취하는 냉혈한도 이렇게까지 비상식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타나그라의 블론디 님은 통이 크다.』
키리에는 그렇게 말했다.
『무언가 다른 목적을 위해 치른 대가.』
또 카체는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지적했다.
어차피 이아손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금액이겠지만 리키에게는 다르다.
“날 거꾸로 잡고 털어봤자 코피조차 안 나올걸.”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마도 리키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로.
“돈이 없으면 너의 자유를 팔아라.”
알고 있으면서 굳이 그 말을 끄집어내는 잔인함.
몸으로 갚으라고 하지 않고 리키가 꽉 움켜쥔 채 놓지 않는 ‘자유’를 바치라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악취미의 극치였다.
“가이를 무사히 돌려받고 싶으면 돌아와라. 너의 의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