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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0370
· 쪽수 : 262쪽
책 소개
목차
2장 035
3장 083
4장 089
5장 117
6장 119
7장 130
8장 181
9장 203
10장 218
11장 256
작가 후기 360
리뷰
책속에서
가디언 때부터 그랬다.
자신의 뒤에는 늘 가이가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반드시 웃어줬다. 그래서 리키는 계속 앞만 바라볼 수 있었다.
바이슨에서 선두에 서서 달릴 때에도, 바이슨을 빠져나올 때에도.
등 뒤에는 변함없는 가이의 온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곳에 보이지 않는 도랑이 있다.
형편없이 너덜너덜해진 몰골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그 도랑도 메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건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초조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런 건 그만 끝내고 싶었다.
“그러니까 확실하게 말해줘. 네가 왜 기분이 상했는지.”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리키.”
단호하게 부정한 후 가이는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 다시 페어링하지 않을래? 리키.”
그 순간 리키는 숨을 삼켰다.
생각지도 못한… 아니, 그보다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입술마저 얼어붙었다.
“농담이야, 농담.”
그때 가이가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너무 심각해 보여서 그만.”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가이는 웃었다.
억지로 얼버무리는 듯한 어색함에 리키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떨궜다.
‘미안해.’
가이의 말을 되풀이하듯 입안에서 중얼거렸다.
『미안해.』
안 돼.
『미안해.』
그럴 수 없어.
『미안해.』
‘난 이제 곧…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까.
『미안해.』
‘너를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주 많은데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말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대화 끝에 모든 사실이 탄로 날 것만 같아서 꺼려졌다.
가이가 자신에게 캐묻고, 추궁을 하고, 다그쳐서 결국 사실대로 모든 걸 털어놓게 될까 두려웠다.
『확실하게 말해.』
그렇게 말한 건 자신이면서 진실을 고백할 용기가 없었다.
자신의 이기심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서 가이의 다정함을 짓밟는 듯한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리키. 나 그만 가볼게.”
낮게 잠긴 목소리로 가이가 말했다.
‘기다려, 가이.’
저도 모르게 일어설 뻔했지만 이아손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친 순간, 리키의 몸은 어색하게 굳어버렸다.
‘이걸로 된 거야.’
‘정말 이걸로―된 걸까?’
상반된 마음의 충돌에 입술이 경련하며 일그러졌다.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로 시야가 흔들렸다.
한걸음, 두 걸음… 가이의 뒷모습이 멀어져간다.
붙잡지도, 쫓아가지도 못하고 리키는 그저 물끄러미 응시했다.
가이의 뒷모습만을….
문 너머로 가이가 사라져버리면 전부 끝이다.
가이도 그걸 예감하고 있는 것일까. 가이의 발걸음이 유달리 무겁고 딱딱했다.
그렇게 리키와 가이 사이의 균열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점점 넓어지는데도 마음은… 마음만 팽팽하게 긴장되어 갔다.
그 긴장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기 직전.
-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