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소  | 태학사

31,500원  | 20221005  | 9791168100893

국태민안(國泰民安)과 도덕적 이상사회를 추구한 양촌 권근, 그의 시문학, 인생관, 정치철학에 대한 도저한 탐구 양촌 권근은 조선 초에 명나라와의 첨예한 외교적 갈등을 문학으로 원만히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최초의 문형(文衡)으로서 국가의 문교(文敎)에 큰 업적을 남기고, 무엇보다도 조선의 관각문학(館閣文學)을 확립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른바 관료문학은 사대문학(事大文學) 내지 아유문학(阿諛文學)이라는 홀대 아래 무시되는 데다가, 더구나 양촌은 실절(失節)했다는 이유로 문학 면에서는 아예 치지도외(置之度外)되어 오다시피 했다. 그러나 당시 신생 조선왕조로서는 국가 존립의 방편으로 사대교린(事大交隣) 정책을 펴고 있던 상황에서, 관각의 관료로서 그가 쓴 사명(詞命)이며 문장(文章)들은 바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한 도구라 할 만한 글쓰기였으며, 양촌이 확립한 관각문학의 뒤를 이은 김수온(金守溫), 서거정(徐居正) 등이 양촌을 높이 평가함과 아울러 자신들의 문학을 조정대각지문(朝廷臺閣之文)이니, 치세지음(治世之音)이니 하며 자긍했던 것만 보아도, 그저 무시하고 말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은 40년 관료 생활 중 여말선초 혼란기 2～3년간의 유배 기간을 제외하고는, 외직(外職)으로 지방에 한 번 나가지 않은 채 줄곧 관각관료(館閣官僚)로 지낸 양촌의 경력에 주목하고, 그의 유명한 명태조 명제(命題)의 응제시(應制詩)와 조선 건국 때 제진한 송축시(頌祝詩)들, 그리고 관각 관료로서 많이 짓게 되는 증별시(贈別詩)와 차운시(次韻詩) 등을 고찰하여, 양촌의 문학관과 관각풍(館閣風) 시문의 내용 및 문학 사상을 탐색하고자 한 성과이다. 저자는 선행 연구들을 원용하면서 양촌만의 관각풍 시문학의 현실 인식과 문학관을 탐토(探討)하기 위하여, 조선 건국과 명나라와의 갈등 등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비롯하여, 개국에 임하여 그 당위성을 밝히며 수명입국(受命立國)을 칭양하는 송축시문과 관료로서 제진된 관각적 성향의 교유시(交遊詩) 중 송별시(送別詩)와 차운시(次韻詩)들만을 주로 살폈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유교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신봉한 양촌은 그의 인생관과 정치철학 및 모든 시문에서 오직 백성의 안정된 삶과 도덕적 이상 사회의 실현만을 추구한 관료였음”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