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하기 싫은 날
김규리, 꽃보라, 류민영, 유영주, 안다미, 최수빈, 이유정, 동찬, 이예은 | 글ego
13,000원 | 20210723 | 9791166660450
‘글을 쓰고 싶어.’
일상에서,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내 안에 조금씩 쌓이고, 그게 가득 차올랐다는 걸 느낄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냥 흘려 보낸 하루, 그 끝에 아주 잠깐만이라도 멈추고 싶을 때, 메말랐던 하루, 그 끝에 한바탕 펑펑 눈물이라도 쏟아내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글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내 글은 항상 어딘가 못나 보이고, 유치하고, 맘에 들지가 않았다. 더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었고,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멋진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내가 이곳에서 배운 건 전에는 몰랐던 엄청난 글쓰기 방법론이나 화려한 수사법이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나에게 엄청나게 몰입했고, 그렇게 간신히 부여잡은 나 자신이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늘어 놓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적어내려고 애썼다. 글을 써내려 가면서, 나는 마치 내 안에 무언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난생 처음 적어본 이야기는 그토록 나를 아프고 슬프게 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후련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동안, 마음 한 켠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했던 이야기의 실체를 글로 적어냈고, 이제는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걸로 당분간은 살아 갈 수 있겠지. 어쩌면 금세 또 차오르고, 다시 아프게 풀어내야 할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이전만큼 두렵지는 않다.
우리는 오랜 시간 남몰래 알처럼 품어 온 무언가를 꺼냈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꺼내어 보이고 싶어서 6주라는 시간 동안 두들기고 두들겼다. 어떤 날은 두려워했고, 어떤 날은 슬퍼했고, 또 어떤 날은 아파했다. 그리고 탄생의 순간, 마침내 기뻐했다.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건, 다른 무엇보다 그 아픈 시간들을 견디어 내는 용기라는 것을 우리는 몸소 깨달았다.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위안과 용기가 되어 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만난 당신에게도 용기와 희망이 깃들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곳에 가득 적어낸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날, 그 때에 ‘나 지금 이곳에 살아 있다’는 치열한 생존의 기록이다.
- 공동저자 中 동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