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 북팟

18,500원  | 20221216  | 9791166637179

모든 예술이 다 그렇듯이, 서예도 예술성과 기능성이 합쳐진 것으로 ‘서예는 이렇게 해야 한다’하고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초보자들로서는 막연히 ‘많이 쓰는 것이 답이다‘,’시간이 걸려야 알 수 있다’ 혹은 ‘이론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와 같은 식으로만 서예를 배우기에는 너무나 막연하고 벅찰 것입니다. 설사 서예학원에 다니면서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는다손 치더라도 이러한 도제식(徒弟式) 수련을 강요당한다면 서예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견뎌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서예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조차도 오래가지 않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서예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서예에 적용되는 철학이나 기법이 근본적으로는 평소 우리의 삶의 지혜나 철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껴왔던 터이지만, 초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수법이나 학습서가 다른 예술이나 학문에 비해 열악한 것 같아 서예를 유달리 좋아 하는 한사람으로써 안타깝게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서예는 단순한 몇 가지의 기능이나 기법만을 익혀서 되는 것이 아님으로 머릿속에 새기고 있어야 할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붓글씨를 한참 연습하는 도중에는 어떻게 글씨를 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기 때문에 다음에 쓸 때에는 지난번과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하여 연습하는 동안에 얼핏얼핏 느끼고 깨달은 원칙과 기법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하여 왔었습니다.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의 서예 수련과정을 통하여 직접 체험하고 깨달은 기록들을 분야별로 편집한 것으로서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보다는 나 스스로 서예에 필요한 원칙과 규율을 세워 철저히 실천하고 운필(運筆)의 기법과 기능을 보다 쉽게 숙달하기 위한 의도에서 착수한 것임을 밝힙니다. 물론 저와 똑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다른 초심자들에게도 이 책을 통하여 이러한 저의 경험이 공유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