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책
권현정, 이순영, 조현지, 엄태경, 최현영, 이지영, 김기완 | 글ego
14,500원 | 20240707 | 9791166665127
후보로 올랐던 책 제목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낱말들이 있었습니다. 삶, 무지개, 분실물, 세대와 여행. 최종 선택된 제목에는 이 책의 과정이 드러납니다. 한편으로 버려진 제목들에는 우리의 세계가 드러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에는 써낸 이의 내면이 그대로 투영됩니다.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귀중한 취미로 삼는 사람도 있는 까닭이 이 지점에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것은 때때로 어렵거나 두렵고, 즐거우며 설레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7인의 작가는 거듭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결국 이 책을 완성해 냈습니다.
독자의 관점을 이야기해 볼까요? 글을 읽는 것은 다른 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사람마다 마음의 형태가 제각기 달라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도 있겠지요.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서는 후자에 해당하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로 나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습니다. 출판사에서 ‘자아실현적 글쓰기’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듯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세대와 시대, 장소와 상황을 인물의 목소리를 빌려 펼쳐놓았습니다. 인물은 저자 본인이기도, 저자의 시각을 투영한 가상의 타인이기도 합니다. 삶의 단면, 더없이 선명한 하나하나의 사람, 잃어버리고 되찾은 것, 넘나드는 시공간. 그 속에서 개인은 단지 개인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 명 분의 세계로서 당신을 나의 삶으로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나의 삶 한 자락을 세상에 오래오래 걸어두고 싶었습니다.
저는 종종 제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공상을 합니다. 제 마음과 행동이 대다수 사람과는 무척 달라서 영영 지구의 궤도만 빙글빙글 돌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은 타인에게 타인으로 존재 하는 법이지요. 우리 중 순수한 ‘지구인’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다 보면 같은 행성 출신의 외계인을 만나는 날도 오겠죠. 저의 글은 고향이 같은 외계인에게 띄우는 골든디스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도 100%의 지구인에게 닿는대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저의 글을 읽고, 제가 모두의 글을 읽으며 우리는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서로 다른 은하의 일곱 개의 행성을 경유지로 제시합니다. ADHD 아이와 그 어머니, 아흔을 앞둔 어머니와 딸, 반려견과 반려인, 타지를 떠도는 가족, 사랑에 빠진 사람, 직장인, 미래 인류. 극명하게 다른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세계를 엿보며 공생의 요령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이 땅에 살아가는 수많은 외계인도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겠죠. 어쩌면 당신까지 포함해서요.
이 머리말은 형식상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7인의 공동저자에게 제가 헌정하는, 무척 긴 한 편의 시이자 부제이기도 합니다. 분실물을 되찾기를, 모두의 첫 번째 책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각자의 삶이 색색의 무지개처럼 수놓아지기를 이 지면을 빌려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