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번 (한 평생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적이 있다)
다니엘 최 | 행복우물
14,850원 | 20250410 | 9791194192268
다니엘 최는 이 책을 통하여 75년 동안 그가 경험한 세 번의 기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아홉 살 때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시작된 공장 생활 10년, 그때까지의 학력은 초등학교 4학년 1학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스무 살이 된 해의 4월에 누님이 그를 고등학교 3학년에 편입시켜 놓았다. 초중고 12년 중에서 거의 8년을 건너뛴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학교를 다닌 지 겨우 석 달이 지났을 때, 내년 3월에 군대를 가라는 입영 영장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로부터 몇 달을 그야말로 죽기살기식으로 공부에만 매달렸다. 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절박함이 통했을까? 그는 당당히 그해 10월에 치러진 대학입학자격 예비고사에 합격하고, 다음 해 1월에 중앙대학교 무역학과에 합격하였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기적 이야기이다.
그는 입학식을 치른 그다음 주에 군대에 입대하여 35개월을 복무하였다. 제대 후 1학년으로 복학하고 4년의 대학 생활 끝에 당시 최고 인기의 현대종합상사에 합격하여 그때부터 본격적인 수출 전선에 뛰어든다. 현대종합상사가 당시 현대그룹의 인력수급 창구였던지라, 그는 입사 후 6개월 만에 현대자동차주식회사(지금의 현대차)의 수출부서 중동 파트로 발령받는다. 당시 현대차의 전체 수출 물량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중동팀에서 1차, 2차, 3차, 4차 장기 해외 출장을 다니며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던 어느 날, 회사의 조직개편으로 국내영업부 연체 담당으로 발령을 받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자신의 주 전공인 무역과 영어를 살리려고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한다. 그런데 “어서 오세요.”하면서 기다리는 곳이 있었을까?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알아보아 당시 현대자동차와 연 매출 2천억으로 규모가 비슷했던 진흥기업을 들어간다. 그는 즉시로 사우디 현장으로 파견되어 미국인 변호사와 함께 꼬박 5년을 클레임 업무에 매달린 끝에, 지금까지도 국내 건설업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인 1,600만 불의 클레임에 성공하고 귀국한다.
귀국하고 보니 국내 현장이건 해외 현장이건 일자리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미국계 바잉오피스의 선발시험에 합격하여 그곳에서 일반상품 담당으로 5년을 근무한다. 국내 5대 일간지에 구인 광고를 냈던지라 무려 500대 1의 경쟁률이었다. 미국회사는 철저한 담당 중심제인지라 매니저로 진급하면 오히려 재미가 없다. 그는 5년 만에 매니저가 되었으나, 월급만 많고 할 일은 별로 없는 중역보다는 다시 역동적인 직장을 찾고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이 세종대학교 계열의 세종호텔이었다.
그곳에서 외국서적사업을 추진할 책임자로 선발되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직원을 하나 둘, 보강하여 입사 5년 만에 교보문고, 종로서적, 영풍문고, 구미무역, 범한서적에 필적할 만한 정도로 회사를 발전시킨다. 그 공로로 영국 출판조합으로부터 브리티시 항공 비즈니스석에 일주일간 체재비를 모두 부담하는 초청에 선발되어 영국의 출판업자 300명 앞에서 ‘한국의 도서 시장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영어연설도 한다.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의 명문대학을 견학하는데, 케임브리지 대학 도서관에서는 생전의 스티븐 호킹 박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저자는 “두 번째 기적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30세부터 56세까지 26년 동안 겪은 온갖 우여곡절과 고난을 끈질기게 참고 견디며 마침내 승리하는 저자의 활약상을 보면서 독자들은 나름대로 “이것은 기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세 번째의 기적은, 저자가 행복우물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하고부터 장장 18년 동안 내리막길만 걸으면서도 끝끝내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재기에 성공하여 우뚝 섰다는 것이다. 1997년 IMF 사태 때부터를 추락으로 간주하면 무려 27년이다.
저자는 그의 인생 75년 동안 그가 겪은 사건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어린 시절 종달새를 키운 이야기, 초등학교 때 기마전을 벌인 일, 새엄마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열 살의 나이에 오줌을 싸고 발가벗겨져서 동네에 소금을 얻으러 다닌 일까지도 전혀 숨김이 없이 털어놓는다. 그는 자서전이란 모름지기 100% 정직하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결국 그의 열정과 노력이 오늘의 온전한 그를 만든 원동력이다. 평생을 수불석권(手不釋卷)의 마음가짐으로 책을 끼고 산다던가, 세상을 선한 눈으로 바라본다던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거나, 100살까지 살기로 작정했다거나 등등의 이야기는 지금껏 나온 어떤 자기계발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즉, 352쪽 분량의 고백 모두가 그의 경험과 고뇌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시중의 책들처럼, “이 사람은 이렇게 살았다.”거나 “누구누구를 본받아라.” 따위의 흔한 처세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1950~1980년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단돈 1만 5천 원을 내고 떠나는 75년의 시간여행이라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