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펄벅 | 동서문화사
29,700원 | 20090501 | 9788949705217
중국 농민의 운명을 그린 웅혼한 일대서사시
몰려오는 새시대 물결 몸부림치는 사랑 증오 슬픔 고뇌 인간군상
중국인의 영혼을 꿰뚫는 현대문학 불후 거대로망!
「대지」는 영원하여라!
펄 벅의 「대지(大地)」는 〈대지(The Good Earth, 1931)〉, 〈아들들(Sons, 1932)〉, 〈분열된 집안(A House Divided, 1935)〉,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땅을 사랑하는 가난한 농부 왕룽과 그 아들들, 손자들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대지〉는 1931년 출판되자마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아들들〉과 〈분열된 집안〉은 그 속편으로 발표된 것이다.
펄 벅의 중국 국토와 인간에 대한 깊은 지식은 독보적이며, 「대지」를 제외한 다른 많은 작품 또한 그 이해와 통찰은 서양인 작가로서는 최고의 수준이다. 이것은 그녀의 긴 세월에 걸친 중국생활의 체험이 모두 그 원천이 된 것이다.
1938년 노벨문학상 선고위원회의 추천문에는 ‘중국 농부의 생활을 풍부하게, 서사시적으로 묘사한 매우 뛰어난 훌륭한 작품이다’라고 쓰여 있다. 노벨문학상은 「대지」를 필두로 하는 중국을 소재로 한 일련의 문학 업적에 수여된 것이지만, 「대지」 하나만으로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대지」가 그녀의 부동의 걸작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땅에 영혼을 바친 농민들의 서사시
중국인의 강한 생활력은 잡초의 억세고 질긴 느낌에 비유된다. 잡초는 아무 땅에서나 자라며, 땅이 주는 자양을 흡수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대지에 매달려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기 마련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나부끼면 된다. 발로 밟히는 것도 순간만 참으면 몸은 본디대로 일어선다. 때로는 들불이라는 재난을 만나 모두 불타 버리더라도 흙 속에 박힌 뿌리는 다시 생명을 이어낸다.
〈대지〉의 주인공 왕룽은 부지런하고 땅을 사랑하는 가난한 농군이다. 왕룽에게 땅은 단지 재산이 아니다. 그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어머니이며, 자신은 물론 자손들의 생명을 이어가게 도와주는 신의 선물이다.
순종의 여인 오란을 아내로 맞이하고, 몰락한 지주 황부자집 토지를 사들이며 풍족한 삶을 살게 되지만, 하늘이 내려준 토지의 풍요로움도 잠시뿐, 곧 엄청난 메뚜기 떼가 대지를 휩쓰는 가뭄으로 일가족은 생사의 고비에 놓인다. 왕룽은 가족을 데리고 남쪽 도시로 몸을 피한다. 그곳에서 구걸과 막노동의 고된 세월을 보내지만, 고향에 두고 온 자신의 논밭을 떠올리며 언젠가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대지는 남쪽 도시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마음의 병을 고쳐 주었다. 태양은 머리 위에 빛나며 그의 괴로움을 잊게 했고, 여름의 더운 바람은 부드럽게 그를 감싸 주었다.’
토지는 왕룽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어, 그는 많은 땅을 가진 대지주가 된다. 세월이 흐른 뒤 늙고 병든 왕룽은 자리에 누워, 자식들이 땅을 팔기 위해 의논하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띄엄띄엄 말한다. “땅을 팔기 시작하면, 집안은 끝장이야.” “우리는 땅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땅을 갖고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땅은 누구에게도 뺏겨서는 안된다…….” “만일 땅을 파는 날, 그것은 세상의 마지막이다.”
〈대지〉에는 여러 유형의 여성이 등장한다. 오란은 대지주인 황부자집 계집종이었으나 팔려서 왕룽의 아내가 된다. 말수는 적으나 지혜가 있다. 남편을 만나 굶주림과 갖은 고생을 견뎌내고, 나이가 들어 외모가 볼품없다고 남편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눈물을 삼키며 인종(忍從)의 세월을 보낸다. 오란은 착한 성품과 인내를 미덕으로 아는 중국 여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렌화는 가진 거라곤 오직 자신의 아름다움뿐인 무능한 여자로, 성내 찻집에 있던 그녀를 왕룽이 둘째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왕룽은 한때 렌화의 미모에 홀려 재산이고 가족이고 다 제쳐놓고 그녀에게 매달리지만, 곧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본모습을 찾는다. 셋째 부인 리화는 작가 펄 벅이 가장 많은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인정 많은 여자이다. 흉년이 들었을 때 왕룽이 불쌍히 여겨 사들인 아름다운 계집종으로 뒷날 왕룽의 사랑을 받는다. 왕룽이 죽은 뒤엔 그가 남겨 놓은 백치 딸과 곱사등이인 손자를 끝까지 잘 보살핀다.
〈대지〉의 시대적 배경은 신해혁명에서 국민당이 정권을 잡기까지의 시기이다. 작가는 시대적 배경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주인공 왕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간다. 왕룽의 고향도 그저 중국 북쪽 어느 시골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동안 중국의 ‘대지’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중국이라는 드넓은 대지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이것은 펄 벅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이야기이다. 서양인으로서 그녀만큼 중국의 내면과 중국인의 영혼 그 자체를 깊이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농민들은 밭을 일구고 심고, 땅에 물을 대어 기름지게 만드는 일을 하늘이 주신 평생 업으로 삼아 순응하며 살아간다. 언제라도 배가 고프면 일손을 멈추고 먹고 마시고 잠들기도 하며, 때로는 아름다운 일출이나 석양을 바라보거나 달이 뜨는 것을 본다. 농민의 마음은 평화로 가득 차 있다. 농민이야말로 땅의 완전한 주인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상에서의 기쁨이고, 이 땅에 사는 남녀는 착한 인간들이다.
물론 마음씨 나쁜 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참된 농민이 아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숙부 일가가 그 예이다. 이런 인간들은 땅을 멀리하고 무언가 다른 삶의 방식에 의지해서 자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인간들로 참된 농민이 아니다. 착한 농민은 이런 악인들의 행위에는 될 수 있는 한 참고, 최후에 악인들은 자멸의 길을 걸어간다. 이런 여러 농민들의 생활과 농민들의 인간애를 펄 벅은 오랜 중국생활로 잘 알고 있었다. 펄 벅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온갖 농민들의 다채로운 환영(幻影)은 그녀의 붓끝에서 왕룽 일가의 이야기로 태어났으며, 마침내 중국농민의 운명을 그리는 웅혼한 불후의 서사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