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배신 (미국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정광일 | 퍼플
14,900원 | 20250606 | 9788924158243
이 책은 오랫동안 금융 시장의 '절대 진리'로 여겨졌던 신념 하나를 정면으로 해체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 국채는 절대 안전하다"는 믿음, 그것은 수십 년간 글로벌 금융 질서를 떠받쳐 온 신뢰의 토대였다. 하지만 지금, 그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균열의 실체를 파헤친다. 미국 국채는 단순한 채무증서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미국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상징하는 자산이며, 그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할 때 세계 금융의 구조적 붕괴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된다.
신뢰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금융은 그 신뢰 위에 세워진 거대한 구조물이다. 국채는 바로 그 구조물의 중심 기둥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정말로 그것은 안전한가?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외국의 자금이 조용히 빠져나가며, 장기금리가 오르고, 연준조차 신뢰를 잃어가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미국 국채를 ‘위험 없음’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가?
책은 먼저 국채가 어떻게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며 시작된다. 미국이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와 글로벌 경제 패권이 있었다. 세계는 달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미국의 부채는 신뢰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신뢰는 과도하게 팽창된 풍선과 같았으며, 결국 ‘신뢰의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기를 초래했다.
다음으로 이 책은 점점 가시화되는 붕괴의 징후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 채무 한도 협상의 정쟁화, 연준의 금리 조작과 시장 개입,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의 표현이다.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보유국들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행위는 단순한 매매가 아니라, 외교적 결별의 신호이며, 미국에 대한 신뢰가 실질적으로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모든 흐름의 배경에는 달러의 약화가 있다. 달러 약세는 환율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상징이며, 동시에 세계 각국이 디지털 화폐, 금, 에너지, 블록체인 자산 등 대안을 모색하게 만든다. 탈달러화는 더 이상 반미 정서의 산물이 아니라, 합리적인 포트폴리오 방어 전략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책은 중앙은행, 특히 연준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한때 전지전능한 경제 조율자로 여겨졌던 연준은 이제 시장을 조작하고 신뢰를 잠식하는 주체로 전락하고 있다. 금리 정책의 모순, 통화 공급의 남용, 독립성이라는 명분 뒤에 감춰진 정치적 속성은 결국 중앙은행조차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바꾸어놓았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미국의 부채 문제로 귀결된다. 부채는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통제되지 않으면 재정 폭탄이 된다. GDP 대비 130%를 넘는 미국의 부채는 이미 경고음을 넘은 상태이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재정정책은 통화가치를 갉아먹고 있다. 금리 인상과 부채 확대는 동시에 지속될 수 없으며, 이는 채무불이행이라는 극단적 시나리오조차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떠나는가? 투자자들이 채권을 매도하는 진짜 이유는 수익률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에 있다. 미국 국채는 더 이상 '리스크 프리' 자산이 아니며, 자산 배분의 중심축이었던 60/40 전략은 무력화되고 있다. 금, 비트코인, 현금흐름 자산 같은 새로운 ‘안전자산’이 재정의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책은 마지막으로, '배신당한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안전은 없고, 선택만 남은 이 시대에서 투자자는 신뢰가 아닌 구조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하며, 자산을 분산하고 새로운 기준으로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 투자란 결국 생존의 기술이며, 지금은 철학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더 이상 과거의 안전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역량과 사고의 유연성으로 새로운 질서에 대응해야 한다.
이 책은 미국이라는 국가, 달러라는 통화, 국채라는 자산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어떻게 구조적 붕괴를 야기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