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스토어에 가면 왜 기분이 좋을까 (건축가의 시선으로 본 애플스토어)
이중원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3,500원 | 20251210 | 9791155506875
- 우리가 지금 애플스토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보스턴, 뉴욕,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도시의 건축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성균관대 건축학과 이중원 교수가 이번에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애플스토어’를 건축가의 눈으로 풀어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서울 가로수길과 명동의 애플스토어부터 타이베이,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루노우치, 뉴욕 5번가, 밀라노(리버티 광장), 방콕, 싱가포르까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또 애플을 대표하는 9곳의 애플스토어를 만날 수 있다.
얼핏 애플스토어는 다른 상업 매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애플은 제품의 매출 증대보다 마치 새로운 문화 허브를 각 도시에 선물로 주고 싶어 한 것처럼, 애플스토어가 들어선 각각의 도시에 그 도시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애플이 선택한 도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건축가(포스터+파트너스)가 세운 애플스토어의 건축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될 도시와 애플스토어는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애플이 선택한 도시의 맥락을 짚고 애플스토어의 건축적 특징을 살펴보면서 그 과정 중에 각 도시과 각 건물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도시에는 죽어가는 세포도 있고, 새롭게 태어나는 세포도 있기 마련인데, 당연히 애플스토어는 현재 이 시대가 만드는 가장 새로운 세포다.
- 애플은 왜 그 도시에, 그 지역에 애플스토어를 열었을까?
오늘날 애플은 그 이름 자체가 너무나 유명한 브랜드로서, 자본과 기술의 최첨단을 대표한다. 애플스토어는 오픈하는 곳마다 빛바랜 거리를 되살리고, 스산했던 도시 광장을 회복시킨다. 새로 문을 여는 애플스토어마다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는 거리는 그야말로 ‘핫플’이 된다. 그래서 건축가이자 교수로서 저자는 질문한다.
· 애플은 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의 도시 중에서 그 도시를 선정했을까?
· 그렇다면, 그 많은 지역 중에서 왜 하필 그 거리에 애플스토어를 열었을까?
· 세계 각각의 애플스토어마다 가진 개별 매력(구조적, 기술적, 재료적, 혁신적 측면 등)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이 질문들이 이 책을 시작한 바탕이며, 보수적인 대학 강의실에서 몇 년간 혁신적인 애플스토어에 대해 고민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지난 애플의 발자취가 앞으로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의 건축 전략에도 깊은 통찰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 미래 도시를 여는 주체이고, 이들이 만드는 건축이 앞으로 도시의 얼굴을 바꾸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애플스토어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애플이 애플스토어가 들어설 대지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역사성, 관계성, 유동성, 문화성을 들 수 있다. 애플은 사람들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도시의 어느 부분이 그 도시의 가장 중심 맥인지 정확히 알았다. 각 도시의 번화가는 특정한 조건과 역사적 맥락이 있는데, 애플은 이를 누구보다 빨리 찾아낸다. 그 도시의 자부심을 알고, 도시의 상업이 가는 방향을 너무나 잘 알았다.
- 애플스토어만의 건축 특징은 무엇일까?
도시에서 입지뿐만 아니라 애플스토어는 건축적으로 다른 상업 매장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최상급의 공간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애플은 실험적인 기술(구조, 풍력, 친환경, 재료 기술 등)을 가져와 여태껏 보지 못한 고도로 미니멀한 유리벽을 세우고 날렵한 지붕을 소개한다.
애플스토어에 들어서면, 누구나 지금 내가 누리는 이 광장이 매장 앞 공터인지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공원인지 착각이 든다. 또한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곳의 내부가 상품 매장인지 박물관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내가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당연히 팬심을 사로잡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의심할 수 있지만, 이내 그 의심을 내려놓고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문화적 선물이라는 생각이 커진다.
도시 대부분은 매연과 미세먼지, 황사 등을 앓고 있고, 도시 블록 내 골목길은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하여 보행이 어수선하고 위험이 도사린다. 애플스토어는 이런 모습을 밀어내고, 도시가 다시 만남의 장, 휴식의 장소, 보행과 호흡을 되살리는 길의 건축이자 광장의 건축이 되도록 노력한다. 따라서 애플스토어는 빛바랜 도시 모퉁이에 새로운 빛을 빚는 장치로서의 건축이 된다. 애플스토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새로운 소통과 실험을 전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바로 여기에서의 체험에 기분 좋은 만족을 얻게 되는 것이다.
- 건축 유형으로 나눠서 알아본 전 세계 애플스토어
지난 25년간 애플은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약 535개의 애플스토어를 열었고, 그 수는 현재도 증가 중이다. 애플스토어는 각 도시에서 때로는 독립 파빌리온형으로, 때로는 마천루 로비형으로, 때로는 지하형으로, 때로는 쇼핑몰 연계형으로 유형을 나눠서 나타나는데, 이 책은 세계 주요 애플스토어를 네 가지 건축 유형에 따라 나눠서 살펴볼 것이다.
· 독립 파빌리온형(독립형) 애플스토어
독립 파빌리온형 애플스토어는 상대적으로 넓고 자유로운 대지에 하나의 단독 건물로 단층 내지 중층으로 지어진다. 조연보다 주연에 가까운 매장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유형이다. 독립 파빌리온형 애플스토어는 종종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어 다소 처져 있는 가로를 살린다. 신도시에 새로운 문화 허브가 되거나 빛바랜 거리에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한다. 독립 파빌리온형 애플스토어는 대개 대담하고 날렵한 지붕과 널찍한 유리로 광장의 처마가 되거나 가로의 전시창이 된다. 이 책에서는 독립형 애플스토어로 서울 가로수길, 타이베이 신이지구 및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매장을 다룬다.
· 마천루 로비형(마천루 저층부형) 애플스토어
마천루 로비형 애플스토어는 맥락이 있다. 다만, 그 맥락이 수직적 타워, 그중에서도 마천루 저층부인 로비층이다. 마천루 로비형 애플스토어는 땅값이 비싼 금융가나 번화가에 위치한다. 어반 블록의 이면도로인 골목길보다 어반 블록의 에지에 필지를 잡아 간선도로의 인도와 어반 블록 내의 이면도로와 동시에 소통하는 용도로 세워진 매장 유형이다. 도쿄 마루노우치 애플스토어는 금융가의 마천루 로비에 세워진 대표 유형이다.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는 번화가에 세워진 대표적인 유형이다. 서울 강북 구도심과 서울 강남 신도심의 어반 그리드 간선도로 인도는 이제 널찍하고 시원하다. 그런데 어반 블록 내의 이면도로는 여전히 보행보다는 주행과 주차가 우선한다. 마천루 로비형은 그 점에서 어반 그리드의 인도와 어반 블록의 이면도로를 동시에 살리는 새로운 건축적 가능성을 시사한다.
· 지하형 애플스토어
지하형 애플스토어는 대개 뉴욕 5번가와 같은 번화가 광장이나 시카고강 애플스토어와 같은 수변 광장이나 밀라노 애플스토어와 같은 구도심 상권 어반 블록 내의 역사 광장과 같이 기존 역사적 무게를 지울 수 없는 경우 선택하는 설계 전략이다. 그래서 지상은 광장으로 비우고, 매장을 지하에 두어 지하로 동선을 유도한다. 이 책에서는 뉴욕 애플스토어와 밀라노 애플스토어를 다룬다. 사실 앞서 언급한 타이베이 애플스토어도 지하형으로 분류할 수 있고, 뒤에 나오는 싱가포르 애플스토어도 지하형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애플스토어의 유형은 마치 무를 자르듯이 한 가지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 쇼핑몰 연계형(쇼핑센터형) 애플스토어
쇼핑몰 연계형 애플스토어는 고도로 상업화된 개발 상권에 인접하여 광활한 개발부지에 앵커 프로젝트로 작동하기 위해 세워지는 유형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싱가포르 애플스토어와 방콕 애플스토어다.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과 연결되어서 자연스럽게 출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진입 동선이 백화점에 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으로 들어갈수록 감탄의 강도가 세지는 게 애플스토어의 특징인데, 이 유형의 경우는 대문이 두 곳이라서 동선의 수미상관 방식이 순환적이지 않다. 특히 싱가포르와 방콕 애플스토어의 경우 백화점 매장이라는 맥락으로 이어지다가 그 맥락을 벗어나는 방식이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