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저작권 (개정판)
조연하 | 박영사
23,400원 | 20230912 | 9791130345611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되고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개정이 다소 늦어진 데는 저자의 게으른 탓도 있겠으나, 굳이 변명하자면 책의 초판 마지막 장에서 문제 제기 정도에 그쳤던 인공지능과 저작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었던 저자의 학문적 호기심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인공지능과 저작권에 관한 연구 결과물로 몇 편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할 수 있었고, 덕분에 주요 연구 결과를 이번 개정판에도 일부 포함할 수 있었다.
초판이 발간된 2018년 이후, 미디어 콘텐츠 창작과 이용환경은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에 따라, 재택근무, 원격 학습, 온라인 공연 등 사회 전반적으로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고, 의사소통 방식은 물론이고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도 비대면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미디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활성화되면서 극장에 직접 가지 않고서도 집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인구가 증가하였으며, 확장된 몰입형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여 음악, 미술, 게임, 문학, 영상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콘텐츠 창작의 주체가 되었고, 대화형 생성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 GPT가 등장해서 정보에 대한 검색뿐 아니라 시, 소설과 같은 콘텐츠 제작까지 하게 되면서 인공지능과 저작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번 개정은 그동안의 저작권법 개정에 따른 변동사항을 정리하고, 그와 같은 사회변화 및 기술발전에 따른 최근의 저작권 동향 및 쟁점을 추가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저작권법은 국내에서 최초로 제정, 공포된 1957년 이후 1986년과 2006년 전면 개정되었고 수시로 일부 개정되는 등, 국내외 저작권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빈번하게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동안의 저작권법 개정 내용의 흐름을 보면, 기술발전의 반영, 저작권 유형의 확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저작권 보호 강화 등이 특징이다. 이번 책 개정에서는 저작권법을 다룬 제3장에 2019년 11월 일부 개정을 통해 바뀐 주요 내용과 2020년 개정안을 추가하였다.
최근 유럽 및 일부 국가에서 구글 등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있다.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출판사에 저작인접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저작물을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전달하는 자에게 부여되는 권리인 저작인접권에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외에 새로운 유형이 추가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저작권의 기본 이론에 관한 제4장에 언론출판사에 대한 저작인접권 부여 움직임을 추가하였다.
특별히 이번 개정에서는 디지털 기술발전과 새로운 저작권 쟁점을 전망하는 제15장의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데 주력하였다. 인터넷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이동성과 개인성을 특징으로 하는 모바일 미디어가 널리 보급되면서,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콘텐츠 유통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서,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OTT 서비스가 등장하였다.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되었을 무렵에는 OTT 서비스 이용률의 증가와 함께 서비스가 확장 중인 상황이었고, 별다른 저작권 분쟁사례가 없었기에 서비스의 특징과 현황을 소개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20년대로 넘어와서 OTT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영상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와 관련된 저작권 분쟁사례가 발생하였다. 이에 OTT 서비스와 관련된 저작권 쟁점 사례로 상세히 다루었다.
현실 같이 구현한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가 제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하였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매개하는 인터페이스로, 인터넷의 미래로 거론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참여자들은 공간을 구축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창작해서 활용한다. 이에 기존의 저작권 쟁점이 그대로 수용되면서 동시에 확대되고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에서는 SNS, MCN, OTT 서비스 외에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로서 메타버스를 추가하여, 그 특징과 저작권 쟁점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또한 인공지능과 저작권 쟁점과 관련하여 최근의 논의를 추가하였는데, 인공지능의 개념과 특성, 인공지능의 콘텐츠 창작 현황, 입법 동향, 인공지능 창작물의 특징과 저작권 쟁점에 관한 내용을 보완하였다.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저작권의 본질과 쟁점을 검토하고 기술발전에 따른 저작권 패러다임의 변화를 전망해 보려는 취지로 저술되었다. 사실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되기 전까지만 해도 커뮤니케이션ㆍ미디어 영역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자나 학생들을 위한 저작권 관련 학술서나 강의교재가 거의 없어, 미디어와 저작권 교육과 연구를 위한 학술서이자 실무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저작권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초판에서 저작권 이론을 토대로 하여 인쇄매체, 방송, 영화, 광고, 인터넷, 인공지능 등 미디어 유형별 저작권 쟁점을 한 권에서 모두 다룸으로써 너무나도 많은 저작권 주제들을 펼쳐 놓았기에, 앞으로 각 분야에 관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초판의 머리말에 언론학자로서 어렵게 저작권 연구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넘었다고 썼고, 이제 20년을 앞두고 있으나 저자에게 저작권은 아주 흥미롭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연구영역이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책의 내용이 조금 더 풍성해지기를 기원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그동안 초판을 강의교재로 사용해 주신 교수님들을 포함한 여러 독자와 저자의 저서 출판을 계속 지원해 준 박영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후배들과 부모님, 가족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2023년 9월
이촌동 하련재(河蓮齋)에서
저자 조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