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자 박노준 교수의 나의 한세상, 한평생 (국문학자 박노준 교수의)
박노준 | 보고사
32,400원 | 20250905 | 9791165879020
한 사람의 삶은 곧 한 시대의 풍경이다
이 책은 고희를 훌쩍 넘긴 한 원로 교수가 평생에 걸친 삶의 궤적을 정직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자전적 회고록이다. 학생으로서, 훈장으로서, 학자로서 오롯이 학교에 몸담으며 살아온 저자의 인생은 단지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민낯과 그 속에서 숨 쉬며 살아낸 소시민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살아 있는 증언이다.
저자는 단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가족과 공동체, 교육계와 학문 세계, 그리고 시대와 사회의 변화까지, 삶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을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을 넘어 한 시대를 꿰뚫는 역사적 기록이 된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저자가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일상의 풍경과 사람들의 얼굴,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이들의 감정과 선택들을 되살려낸다.
“명망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삶의 기록을 남길 자격이 있다”
이는 저자가 이 글을 시작한 이유이자, 끝까지 펜을 놓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남다른 삶이 아니라, 흔하디흔한 삶 속에서 얻어진 깨달음과 진실을 후세에 남기고자 하는 진지한 책임감은, 회고록 곳곳에서 절절히 드러난다. 이 글은 자료 없이 오직 기억에만 의존해 쓰인 기록물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생생하고 솔직하다. 기억에서 떠오르지 않는 것은 굳이 포장하지 않았고, 불편한 진실도 직시하되 지나친 미화는 경계하였다.
수차례에 걸쳐 첨삭하고, 수십 년에 걸쳐 보완된 이 기록은, 단지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나온 궤적과 그 안에서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환기시키는 소중한 사초(史草)이다. 저자는 삶의 굴곡과 선택 앞에서 자신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자세로 살았는지를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써,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삶과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화려한 극적 서사는 없다. 그러나 담백하고 따뜻한 문장 속에는, 한 인간이 온 힘을 다해 시대를 통과해온 진정성이 깊게 배어 있다. 거짓 없는 기록, 외면하지 않은 성찰, 그리고 세대를 잇는 진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이 책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한 시대의 풍경을 담은, 진귀한 삶의 연대기이자 인간적 진실의 보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