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에 담은 책 수다 (평화도서관의 그림책 수업)
황수경 | 평화를품은집제노사이드역사자료관
16,200원 | 20240801 | 9791198208415
평화도서관의 그림책 수업, ‘책보따리’의 모든 것
지역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오랫동안 그림책 수업을 해 온 저자의 특별한 그림책 수업 이야기를 담았다. 파주의 북쪽 외진 곳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애써 찾아오는 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특별한 그림책 수업인 ‘책보따리’를 소개한다.
평화도서관에 들어서면 서가 한편에 보따리가 가득하다. 보따리에 그림책만 있냐고? 아니다. 보따리를 풀면 몇 권의 그림책과 함께 주사위와 카드와 놀이판 등이 잔뜩 들어 있다. 그림책을 읽은 다음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쓰는 도구들이다.
저자는 독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학습이 된 책 읽기 수업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책보따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책보따리는 얼핏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그림책 수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척 다르다. 책보따리에서는 책을 읽은 내가 주인공이요, 정답이 없는 놀이로 가득하다. 그림책을 읽고 내 이야기를 맘껏 한다. 물론 그만큼 공평하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듣는다. 남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모두가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책보따리만의 노하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림책 수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 주는 활동, 그것이 바로 책보따리의 매력이다.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그림책으로 책보따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이 제대로 된 그림책 수업을 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제대로된 그림책 놀이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
저자는 그림책으로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위해 고민했던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고민에서 시작해, 교육 현장의 쓸모를 염두에 두고 내용을 구성했다. 책보따리가 또 하나의 독서 지도 학습처럼 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책보따리 수업을 하는 사람이 직접 책보따리를 꾸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책보따리를 꾸리는 방법을 자세하게 안내한다. 실제로 책보따리를 만든 사례들을 소개해 책보따리를 만들고 나누는 것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책보따리를 꾸리는 방법에서부터 책보따리 커리큘럼까지 알차게 담고 있어서, 각 부분을 필요에 맞게 변형하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1장은 책보따리에 관한 소개를 담고 있다. 아쉬운 독서교육의 현실을 전하며, 책보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다른 독서교육 활동과 무엇이 다른지, 책보따리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보여 준다. 2장은 책보따리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보따리를 만들기 위한 모둠 꾸리는 법, 그림책 고르는 법, 질문과 놀이를 만들고, 수정 피드백을 하는 법을 알려 준다. 책보따리는 그림책 못지않게 놀이와 활동 요소가 중요하다. 책 내용에 따라 놀이와 활동 구성 요소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전쟁 책보따리’를 꾸린 예시를 보여 주면서 책보따리 만드는 법을 다시 한번 짚어 보게 했다. 그리고 끝으로 책보따리를 만들 때 주의할 점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3장은 다양한 책보따리로 함께 놀아 본 실제 수업 내용들을 담았다. 가장 의미 있었던 보따리, 가장 반응이 좋았던 보따리, 함께 나눈 이야기가 풍성했던 보따리를 중심으로 책보따리를 소개한다. 평화, 관계, 인권, 생명, 환경, 어르신, 난민 주제별 책보따리가 담겨 있다. 주제별로 어떻게 책보따리를 나누었는지 살펴보면서 책보따리를 이해하고, 내가 꾸려 볼 책보따리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어떻게 그림책으로 수업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수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어떤 기준으로 그림책을 고르고 놀이를 구성했는지 살펴보면서 자신의 책보따리를 꾸리는 노하우를 얻게 될 것이다.
책보따리를 펼치는 아주 멋진 일에 관하여
‘책보따리는 모두에게 공평하다.’ 책 보따리를 만들 때 저자가 가장 고민하는 점이라고 한다. 책보따리로 누구나 편히, 공평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생각을 공평하게 담는 일에 가장 큰 공을 들인다고 한다.
책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자 책보따리를 만드는데,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든다면 더 이상 책보따리가 아니라고 한다. 책은 작가의 생각이 녹아 있고, 독자가 혼자만의 생각으로 읽을 수도 있다. 그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책보따리의 목적이다.
또한 책보따리를 만들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지 않다. 책보따리는 소위 말하는 그림책 전문가들이 모여 누군가를 지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을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이 여럿 모였을 때 그때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책보따리는 그저 생각을 나누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인 것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들으면서 공평하게 의견을 나누는 민주 시민으로의 자질을 기르고, 나아가 그림책 속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고 자신의 모습을 그림책 속 인물에게 비추며 놀다 보면 어느새 삶과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스스로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저자가 책 속에서 내내 강조하는 것이 책보따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기억하면서 책보따리를 꾸리고 펼치다 보면 기대보다 더 멋진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시작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