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러버스
김은정, 이서현, 요안나, 이지우, 최다정, 하선영 | 모랑
11,700원 | 20250224 | 9791198874122
글로벌콘텐츠랩 〈한 사람〉의 첫 번째 단편소설 앤솔러지
헤어졌다. 사랑이 끝났음을 선포하는 말은 참으로 간단하다. 두 사람이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는 레이스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주 간결한 한마디로 우리의 사랑은 종잇조각이 되어 입김 같은 바람에도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너덜너덜한 사랑의 조각 하나를 붙잡고 질질 짜는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은 말한다. ‘꼴값 떠네.’
그렇다. 우리는 대개 꼴값을 떨면서 헤어진다. 사랑을 시작할 때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우리, 상대방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사랑했던 우리는 결국 머리카락 한 올 때문에 헤어진다.
사랑이란 아무리 해도 늘지를 않는다.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며, 끝없이 실패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다행이라면, 사랑이 끝나는 순간 추잡스러웠던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망한 사랑 하나쯤은 품고 사니까. 차마 구구절절 털어놓을 수 없어 ‘헤어졌다’라는 네 글자로 정의해야만 하는, 망한 사랑들.
글로벌콘텐츠랩 〈한 사람〉은 ‘좋은 콘텐츠의 본질은 한 사람’이라는 기치를 걸고 지금까지 네 권의 비평집을 펴냈다. 이번 〈한 사람〉 앤솔러지는 단편소설을 묶어 내는 형식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첫 번째 단편소설 앤솔러지인 『브로큰 러버스』는 소설, 웹툰, 웹소설, 드라마를 넘나드는 여섯 명의 작가가 그린 여섯 쌍의 연인들의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깨진 연인’들이니 결코 사랑스럽다거나 아름답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브로큰 러버스』는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랑의 모양 중 박살이 나 재활용도 불가능한 사랑에 돋보기를 가져다 댄다. 좋은 추억으로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지도 못한 채 머릿속을 굴러다니며 신경을 긁는 사랑 말이다.
한창 사랑할 때는 그 사랑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포장지를 벗겨야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게 되듯 사랑이라는 예쁜 상자가 깨진 후에야 그 안에 든 것들이 얼마나 지저분했는지, 우리 사랑이 얼마나 구질구질했는지 통렬하게 깨달아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망한 사랑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망한 사랑에 마침표를 찍으며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나다. 상대를 쓰레기로 만드는 것.
자, 이제 여섯 쌍의 연인 중 누가 더 최악인지를 골라 보자. 낯설고 신비하지만 기이한 성벽을 가진, 거대한 성기를 그리던 중 과로사한 웹툰 작가에게 맨스플레인을 시전하던, 낭만적인 줄 알았지만 뒤에서 호박씨 까던, 내 잘못은 네 잘못으로, 지기 싫어서 '와우'만 일삼는, 열등감에 절어 살면서 노력은 안 하고 한 방을 꿈꾸며 눈이 벌게지도록 핸드폰만 붙잡고 사는, 술만 마시면 안면을 싹 바꾸던 애인.
그렇다고 그때 우리는 괜찮은 사람이었을까? 그토록 괜찮은 우리는 왜 그들에게 빠지고 말았던 걸까.
이 책은 실패한 사랑의 집약이다. 비겁하고 남루한, 그러면서도 깨진 조각을 붙들고 선 여섯 쌍의 연인 중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주인공이 한 명이라도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랑에 실패한 당신에게, 이별의 순간이 너무도 구차하여 밤마다 이불을 차야 하는 당신에게, 내 사랑은 왜 항상 이 모양 이 꼴이냐고 한탄하는 당신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당신만 그 모양 그 꼴이 아니라, 사랑은 다 그 모양 그 꼴로 깨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