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진화 (빅 사이클의 비밀)
정광일 | 퍼플
14,400원 | 20250712 | 9788924163438
『부채의 진화: 빅 사이클의 비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마주하는 ‘부채’라는 단어를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빚의 경제학적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문명과 제국, 금융 시스템, 정치 권력,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부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왔는지를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왜 우리는 빚을 지게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부채가 단순한 경제 행위가 아니라 **신뢰, 권력, 시간, 관계**의 문제임을 밝힌다.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속 채무 기록부터 시작해, 로마 제국의 채무 노예제, 근대 중앙은행의 등장, 월스트리트의 금융화,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가계부채의 폭발까지—이 책은 역사의 주요 전환점마다 부채가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부채가 화폐보다 앞서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돈의 탄생’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부채는 교환보다 먼저 온 약속이며, 신용은 인류의 최초의 경제 행위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곧 제국의 팽창과 붕괴를 다룬 중반부로 이어지는데, 제국의 영광 뒤에는 언제나 빚이 있었고,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권력의 균열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후반부에서는 현대 금융 시스템 속 부채의 얼굴을 낱낱이 해부한다. 연준의 탄생, 파생상품의 등장, 국가부채의 지정학적 도구화, 소비자 금융의 심리전 등, 부채는 이제 하나의 **기술이자 통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개인의 삶 속에 침투한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카드대출 등의 현실은 “우리가 선택한 빚인가, 강요된 빚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앞으로 부채가 어떤 방식으로 재정의될지를 전망한다. 디지털 통화(CBDC), 디지털 채권, MMT, 기본소득 같은 미래 재정 실험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부채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움직임임을 분석하며, **지속 가능한 부채 모델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독자에게 남긴다.
이 책은 단지 경제학 책이 아니다. 그것은 문명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정치철학의 서사**, **금융시스템의 해부학**, **삶의 조건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이다. 숫자 이면에 숨은 서사, 통계에 가려진 권력의 작동, 그리고 채무자로서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다시 묻는다.
『부채의 진화』는 “왜 모든 문명은 빚에서 시작되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출발해, “이제 우리는 부채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라는 미래적 질문에 도달하는 여정이다. 그것은 곧, 당신의 숫자 뒤에 숨은 이야기, 그리고 당신의 삶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서 ‘부채’를 다시 이해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