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빌드업
			이희섭   | 다바르
			13,500원  | 20241117  | 9791193435137
			프롤로그
부목사 시절, 새신자 소그룹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첫 시간은 서먹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각자 이름 앞에 형용사를 붙여 소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이름이 김철수라면 ‘용감한 김철수’, 이름이 김영희라면 ‘사랑스러운 김영희’라고 소개하는 식이었다.
첫 번째 사람이 자신을 ‘알면 알수록 멋진 OOO’라고 소개하자, 모두가 박수로 화답했다. 다음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OOO’라고 소개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 다음은 A의 차례였다. 그는 자신을 ‘세상에서 아무 쓸모없는 OOO’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B는 ‘아무것도 아닌 OOO’라고 소개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자기 자신을 저렇게까지 비하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결코 겸손의 표현으로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소개를 마쳤을 때 나는 A와 B의 이름은 확실히 각인되었지만 내 마음은 몹시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죠쉬 맥도웰(Josh McDowell)은 『주의 형상, 나의 형상』에서 왜곡된 자아상을 가진 한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아주 차분해 보이는 한 학생이 편지를 보냈다. ‘저는 제가 실패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늘 초조합니다. 제 자신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기가 두렵고, 심지어 그들 가까이에 있는 것조차 무섭습니다. 제 자신이 인간 쓰레기처럼 느껴집니다. 남들에게 거부당할까 봐 너무 두렵습니다.’ 이 표현을 보면, 이 학생은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낮아 보인다.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 상태가 더 심해지면, 차라리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낫다는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자기 비하는 그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자신을 실패자라고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사실, 나 역시 자존감이 형편없이 낮았던 사람이다. 내 나이 10살 때 선친께서 별세하신 후 우리 가정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은 좌절되었고, 대신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 후 검정고시를 합격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계속되는 가난 속에서 늘 만족함이 없었고, 힘겹게 살아야만 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그러던 중, 18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옆집에 사는 교회 집사님의 인도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그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외톨이였고 수줍음이 많으며 내성적이고 순진했던 나는 교회 생활에 점차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믿음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신앙생활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 계시며, 예수님이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것을 믿는 자들에게 구원이 주어진다는 것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학창 시절에는 남다른 열정으로 믿음생활을 하였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성실히 하였으며, 학업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봄날, 나는 신입생 신체검사를 받을 때의 사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모든 신입생들은 강당에서 정해진 코스를 따라 시력, 청력, 키, 앉은키, 허리둘레, 치아 상태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나는 신체검사를 받는 동안 내내 우울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심각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키가 작았고, 왼쪽 귀에 중이염을 심하게 앓고 있었으며, 충치와 덧니까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력도 매우 나빴고, 다리는 짧고 오다리였으며, 얼굴은 못생겼고 주걱턱에 말주변도 없었다. 그래서 신체검사를 받는 내내 심한 열등감과 우울감을 느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신체검사를 담당하는 간호사들조차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시 캠퍼스의 봄날은 예쁜 꽃들이 만개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나비들이 너풀너풀 춤추듯 날아다니고 새들이 노래하는 화창한 날이었다. 하지만 신체검사를 마친 후 내 마음은 혹한기의 겨울날 같았다.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워 고개를 떨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캠퍼스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순간, 내면에서 이런 음성이 들려왔다. “얘야, 그렇지만 너는 내 아들이 아니냐!” 이것은 마치 하나님의 음성 같았다. 갑작스레 들려온 말이었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그렇지,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지. 나를 만드신 분은 하나님인데, 왜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그러자 비로소 하나님의 만드신 아름다운 세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내 귀에 들렸던 그 음성은 바로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런 깨달음이 있은 후에도 나의 자아상과 자존감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목사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는 연약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후로 자존감은 내게 소망의 돛이 되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게 했고, 나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현재 나의 자아상과 자존감은 많이 높아졌다. 이는 분명 내 믿음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 온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의 나를 변화시킨 원동력은 바로 이 믿음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자존감 문제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당신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타까운 것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이며,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고,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며 가치 있는 존재라는 확고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셨는지를 알고 믿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셔서 우리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믿는다면,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될 뿐 아니라 자존감도 높아지게 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식과 감정의 차원을 넘어 믿음의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믿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존감을 세우는 데 있어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는다면, 우리가 하나님께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하나님의 관점에서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믿도록 도와줄 것이다.
1부에서는 자존감의 정의와 함께 자존감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자아상, 정체성, 소속감, 자신감을 다룰 것이다.
2부에서는 자존감이 낮을 때 나타나는 비교의식, 열등감, 대인기피증, 죄책감, 우울증 등의 현상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3부에서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과 작은 실천들을 성경에 근거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자존감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감이나 자아상에 대한 훌륭한 책들이 이미 많이 출판되어 있어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람들의 자존감 문제는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는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발견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존감 문제를 믿음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보실 지에 대한 해답을 성경을 통해 발견하고, 그 말씀을 믿음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재발견하고, 더 밝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이 책이 발행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다. 특히 이 책이 나오기까지 산파 역할을 해주신 검단명성교회의 이일환 목사님께 감사를 전한다. 또한, 함께 기도해 주신 검단목천교회 성도들과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감동을 주시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도와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