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 열린책들
14,400원 | 20250920 | 9788932925370
〈걷다〉를 주제로 한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쓴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걷다』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테마로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모두 25명의 소설가가 같이한 단편소설집이다. 그 첫 번째 앤솔러지 『걷다』 편에는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이 참여했다. 당대의 실제적인 삶을 직시하며, 특히 여성 개인의 정체성을 고유의 리듬으로 담아내는 김유담의 「없는 셈 치고」는 어릴 적부터 고모 집에서 고모의 딸과 함께 자매처럼 자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매가 되지 못한 채 사촌의 삶은 어느 날부터 어긋나 보이고, 결국 고모와 함께 〈민아〉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고모의 말처럼 없는 셈 쳐야 하는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품마다 깊이 있고 정교한 구성을 보여 주며 개성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는 성해나의 「후보(後步)」는 38년간 철물점을 운영한 〈안드레아〉가 의사의 조언대로 뒤로 걸으며 〈홀로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수십 년 전부터 같은 동네에 자리한 재즈 바 〈클럽 상수시〉와 그곳의 주인 〈세실〉과의 세월을 곰곰 반추한다. 〈상수시〉가 무슨 뜻인지는 아름다운 재즈곡과 함께 글의 마지막에 밝혀진다.
보통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그에 얽힌 고통과 이해의 문제를 깊고 섬세하게 그리는 매력적인 서술자 이주혜는 「유월이니까」에서, 아내와 최근 헤어진 젊은 주인공이 동네 공원에 자리한 운동장 트랙을 나간 지 사흘 만에 발견한 어느 여성뿐 아니라 급하게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며 자기 아내를 맡아 달라는 한 남자와의 만남을 담고 있다. 그 남자가 부탁한 그의 아내는 어떤 모습인 걸까, 그리고 나의 아내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 걸까. 한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유령 개 산책하기』는 고요하고도 능청스러운 환상을 자연스럽게 일상에 부려 놓는 임선우 특유의 매력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언니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와 다시 〈나〉에게 유기한 열세 살의 영국코커스패니얼 〈하지〉는 내게 오자마자 석 달 만에 심근증으로 돌연사했다. 그런 하지가 죽은 지 한 달 만에 돌아왔고, 나는 희뿌연 유령 개가 된 하지를 데리고 하지가 좋아하던 곳으로 산책을 나선다. 『걷다』의 마지막을 장식한 임현은 절제된 문장으로 인간의 모순이나 결점을 섬세하게 건드려 읽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느리게 흩어지기』는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다 보내는 〈명길〉이 글쓰기 강좌에서 만난 〈성희〉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오래전 〈그〉에 대해, 걸으면서도 머릿속에 가득한 여러 생각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