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성형한 여자
키메라 영 | 솔과학
22,500원 | 20250722 | 9791173790249
세상에 고통과 아픔이 없는 아름다움이 있을까?
곱씹어 보니, 그 아름다움이란 시리도록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기억의 성형은 온전함의 연금술로 진정한 자아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자기 통합의 길이다. 진정한 자아, 그것은 스스로 지켜야 할 신성한 공간, 나를 위한 신전(神殿, Temple)이며 나의 지성소(至聖所)이다. 그러므로 기억의 성형은 자신의 성배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 얼마나 위대한 여정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나를 춤추게 하는가?
나는 내 우주의 중심이다. 내 우주는 나의 법에 따라 운행되며 나만의 중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우주의 빛과 에너지의 원천이며, 내 우주는 나의 재능과 창의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내 안의 우주는 나의 뮤즈이며, 그것이 나를 춤추게 한다.
나는 스스로 충만하여, 그 충만함으로 내 인생스토리를 쓰는 저자이며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나는 내 자신의 영혼에 거룩함으로 의무를 다하고, 더 밝게 빛나며, 고요함 속에서 나만의 꽃을 피운다. 나는 무엇이든 나의 우주를 위해 매 순간 나 자신을 선택한다. 나는 누군가가 선택해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나를 존중하며 나를 믿는다. 또한 나를 존중하지 않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는 떠난다. 나는 말이 없으나 속은 있으며, 진흙 속의 존귀함을 사랑한다. 나는 자주적인 사람으로 홀로 있을 때 더 강해진다. 나는 세상에서 지극히 약한 자이며, 약하기 때문에 가장 강하다.
불편한 것은 늙은 여자의 주름진 얼굴만이 아니었다. 늙은 여자가 살아온 삶도 온통 마주하기 불편한 진실들의 무덤이었다. 영혼의 무너짐, 지옥을 지나온 혹독한 시간. 그것은 내 삶의 스케치북이었다. 그렇게 불편한 진실이 넉살좋게 나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이 얼마나 비루한 기억인가? 그 얼마나 속 좁은 세상에 걸쳐있단 말인가? 다 끊어버리고 언제나 새로운 존재로 자유롭게 넓은 세상을 비상할 수는 없는 것인가?
차창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오독오독오독 들린다. 으슬으슬 추운 날씨, 따뜻한 차 안에서 실컷 졸았다. 강아지처럼. 그 사이에 망각의 강이 흐른다.
“나는 20대부터 부모 없는 세상을 살아왔고, 개척교회 목사 아내였다. 그리고 유전적 다낭성 신장 질환(Polycystic Kidney Disease, PKD)으로 여러 차례의 수술과 신장이식을 받았으며, 현재는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는 꿈틀거리는 언어의 무덤이 쌓여갔고, 그 안에 갇힌 언어들의 아우성을 들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꼈던 절망의 언어들을 끌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진정한 예술은 창조적인 예술가의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의해 태어나는 것처럼, 나의 언어들도 오랜 억압의 충동이 튕겨져 나와 탄생한 것이다. 한 편으로는 듬성듬성 더듬어 끌어올린 기억을 새롭게 해석하고, 기억을 성형하고 싶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나 된 이유를 찾고, 변화와 희망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의 소중한 경험과 고난을 통해 얻은 사유가 담긴 작품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힘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전 세계 신장병 환우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치유와 행복을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고난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어느 날 슬픈 내 눈이 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까만 눈동자가 걸어 나왔다. 까만 눈동자는 눈물이 되었고 눈물은 글자가 되어 수북수북 쌓여갔다. 내 생각은 내 발이 되어 걸었고, 나의 기도는 간절했던 내 삶을 걸어가게 하였다. 그렇게 쌓인 글은 내가 걸어온 길을 밝히 드러내었고, 살아온 날들의 기억이 줄을 지어 날 것처럼 팔딱거렸다. 나는 그림자 하나 없는 밝은 빛 속에서 발가벗은 채 그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었다. 그렇게 나는 관객이 되어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글을 쓰는 동안 살아있음에 감사했고, 내 안에 갇혀 있던 언어들은 억압에서 해방되어 행복하게 날아갔다. 고통의 기억들을 놓아 준 영혼도 가볍게 훨훨 춤추는 나비가 되었다. 글자들이 책으로 엮이는 동안 글자들은 걸으며 변화했고, 나도 변화했다. 그렇게 나는 기억을 성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