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정부론
송재복 | 윤성사
28,000원 | 20230710 | 9791193058053
왜 한국지방정부론인가
오늘날은 지방분권의 시대라고 한다. 과거의 중앙정부가 지배하던 시대에서 지역민주주의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결과이다. 권위주의적인 정치구조가 민주주의로 진화되고 지방으로 권력분산이 되면서 지역정치가 활성화된 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과정에서도 1980년대 민주화의 계기로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방분권의 문제가 국가정치의 한 축으로서 강조되어 왔다. 그 결과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1988년), 1991년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2년이 지났다. 탈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지방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는 지방자치는 그동안 한국의 지역민주주의를 육성시키며 지역발전에 기여했다. 지역주민이 직접 자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원을 선출하고 비판하며, 의견 개진을 통한 정책형성과 집행의 주체이면서 객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지방정부는 주민참여 속에서 주민의견의 수렴과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고유성과 특성을 살리는 지역성장과 발전으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방분권시대라고 하나 실질적인 면에서 한국의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와 비판도 있어 왔다. 1991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인 운영·결과에서 지방정부의 모습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이 늦어졌고(2020년 12월 19일 전부개정) 각 정권마다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은 미미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지방정부의 행정스타일이나 지역정치활동의 수준도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있으나 지방정부의 입법권, 조직권, 재정권 등 중앙정부 중심의 예속적인 제도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자율적, 자치적인 지방정부의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관한 관여가 크고,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 및 주민을 위한 서비스와 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분권이 안되어 실효적인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의 구조(재정분권이 없는 2할의 지방자치 구조)에서 지방정부는 늘 중앙정부의 지침과 결정에 따라야 했고, 재정부족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능동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지방정부는 스스로 자신의 의지에 따른 지역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중앙부처의 방침과 제약 속에서 활동하는 상대적 자율성을 가진 존재에 불과할 뿐이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도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으로서 토대를 구축하기보다 외형적인 지역민주주의가 구현되는 특징을 보였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은 지역주민에게 선심행정,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등 포퓰리즘에 입각한 선거에 치중하고, 부정부패에 연루돼 낙마하는 등 아직 정착되지 않은 지도자상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주민의 대리인 역할보다 군림하는 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단체장의 모습도 보였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 대리기구로서 감시기능보다 단체장의 활동을 정당화하거나 합법화하는 기구로 전락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방의회는 조례제정 등 본연의 입법 기능이 소홀히 되고 자신의 이해관계로 연루되거나 불필요한 정쟁,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주민의 지방의회에 대한 존립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도록 존속해 왔다.
한국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은 과거의 중앙집권적 시각에서 설계된 지방정부제도가 지속되고 지방분권이 제대로 안된 결과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가치로서 다양성과 경쟁성을 실현하기 위한 충분한 권한과 재원이 미흡한 가운데 지방정부의 자치역량과 주민참여의 수준이 수반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여기에 미숙한 지역정치의 구조, 틀에 박힌 일하는 방식, 준비되지 못한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원, 민주주의 훈련이 미흡한 지역주민 등 여러 요인도 작용한 결과이다.
필자가 『한국지방정부론』을 집필한 근거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1991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한국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무엇이고 왜 그러한 원인이 발생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떠한 방안이나 문제해결능력이 있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진단하고 파악하며, 그것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이론과 실태를 분석해 관련 지식과 지혜를 학생, 공무원, 정책입안자 등 지방정부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공유해 한국지방정부의 지적 영역과 관심을 확장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 책의 진행은 주로 문헌 연구방법을 사용한다. 지방정부에 관한 일반이론이나 제도를 소개하고, 관련 이론과 제도에 관한 실태 및 현황적 자료를 소개해 그것의 적실성과 경험적 사실들을 분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본문의 내용은 크게 3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첫째, 지방정부의 성격과 제도적인 측면이다. 지방정부를 이해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본질적인 성격 및 운영제도의 현상을 이론과 실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 지방정부란 어떤 의미이며, 왜 지방정부가 중요하고 필요한가 그리고 지방정부의 활동과 기능 및 그와 관련된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지방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존재는 어떠한가 등등, 지방정부의 이론과 한국의 실태적 측면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둘째, 지방정부가 하는 일(관리) 중심의 내용이다. 현존하는 지방정부가 어떠한 제도 속에서 기능하고 활동하는가, 한국지방정부의 활동을 관리적인 측면에서 그것의 운영제도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행정활동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한국지방정부가 보인 관련 활동의 실태를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주요내용은 지방정부에서 이루어지는 행정기능으로서 기획, 정책, 조직, 인사, 재정 분야를 중심으로 사례와 실태분석 및 관련 개혁방안을 제안한다. 또한 현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이슈와 과제를 설정하고(분권형 지역균형발전, 인구소멸,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지방정부, 지방정부의 세계화) 지방정부의 문제해결능력 차원
에서 그것의 대응방안을 제시한다.
셋째, 한국지방정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지금까지 소개하고 분석한 한국지방정부와 관련해 앞으로 한국지방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하나의 개혁적인 모델로서 제시한다. 그것은 소위 ‘강한 지방정부’로 명명하며 그에 따른 조건들을 제시한다. 한국지방정부의 개혁적인 모델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소개한다. 기존의 한국지방자치 실태에서 나타난 한국지방정부가 가진 제도와 운영상의 문제를 극복하는 차원, 미래의 지방정부가 갖춰야 할 문제해결 능력의 차원, 마지막으로 민주적인 지방정부가 지향할 과제 차원 등으로 나눠 관련 조건들을 제시한다.
지방정부는 국가주의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하위단위로 취급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지역주민의 삶을 관장하며 직접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가의 한 구성부문이자 또한 토대이다. 주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지역정치 없이 국가정치도 없다. 지방정부의 존재는 여기에 가치가 있으며, 국가정치와 함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동인이다.
지방정부는 지방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일정한 지역적 경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방이 세계이며, 세계가 지방이 되고 있다. 지방이 곧 국가이자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올바른 이해와 운영은 우리를 세계로 연결하는 지렛대이며, 우리 삶의 수준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고양시킨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견실한 지방정부를 구축해야 하며,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우리의 삶을 규정하며 이끌어가는 지방정부를 모르면서 중앙정부, 국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지방정부의 확고한 구축과 설계 없이는 우리도 없고, 국가도, 세계도 없다.
이 책은 실제적인 지방정부의 관여와 경험 및 강의내용을 반영해 쓸 글이다. 깊은 연구와 꾸준한 노력 속에서 다양한 자료와 제도 파악이 우선시 되어야 하나 충분하지 못한 듯하다. 또한 출판 지면상의 제약 등으로 다양한 내용을 실리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미흡하다. 그러나 한국지방정부를 이해하고 연구, 분석하며 현실의 문제해결에 조그마한 초석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 책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간단하게나마 원고를 검토해 주신 안병철 박사, 윤향미 박사에게 감사드리며, 또한 자료수집과 편집 및 원고를 읽고 수정하는데 도움을 준 사랑하는 딸 송지민(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학생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또 곁에서 지켜주고 힘을 주는 아내에게도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일편단심 자식을 위해 사랑을 주신 부모님께 이 책을 받치고 싶다.
또한 출판에 도움을 준 김정렬 교수(대구대), 윤성사의 정재훈 대표님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이 책의 내용은 보는 시각이나 인식에 따라 각각 달리 주장할 수 있으나 전적으로 글을 쓴 저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2023년 2월 저자의 조그마한 서재에서
송재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