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숄트 어페어
앨런 홀링허스트 | 민음사
23,500원 | 20210813 | 9788937417702
『스파숄트 어페어』는, 2011년 『이방인의 아이』 이후 6년 만(2017년)에 출간된 앨런 홀링허스트의 최신작이다. ‘영국인 모두가 고대해 온 작품’이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당시 서점가는 『스파숄트 어페어』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자연스레 평단과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역시 홀링허스트는 장엄한 대작을 선보이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스파숄트 어페어』는 작가의 문학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장편 소설 『이방인의 아이』와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시기부터 스마트폰의 데이팅앱으로 교류하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을 다룰 뿐 아니라, 다채로운 인물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교묘하게 얽히고 복잡하게 교차하면서 오래도록 감춰져 있던 진실로 치닫는 구성도 닮았다. 그러나 전작이 편견과 억압의 분진 속에 가라앉은 게이의 역사, 존재, 사랑을 구석구석 톺아 내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스파숄트 어페어』는 한결 개인적인 측면에서 게이 정체성, 섹슈얼리티를 다정하고 친밀하게 탐구한다. ‘스파숄트 어페어’, 즉 해당 작품에서 가장 중대하고 치명적인 ‘스캔들’의 주축을 이루는 데이비드 스파숄트와 그의 아들 조니(조너선) 스파숄트의 관계는, 성 정체성이라는 화두를 (사회, 역사적 측면에서는 물론) 가족 드라마 속에서 살펴보게 유도한다.
『스파숄트 어페어』는 2차 세계 대전 중, 영국 전역에서 징집되어 온 학생들이 옥스퍼드에 머물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등화관제 직전, 에버트 닥스와 프레디(프레드) 그린, 피터 코일 등 옥스퍼드의 친구들은 마침 기숙사에 모여서 건너편 건물의 한 창문을 들여다본다. 석양에 물든 유리창 위로 ‘새로 온 남자’, 데이비드 스파숄트의 나체가 언뜻 비친다. 고대 그리스의 완벽한 조각 같은, 과연 아름다움의 현현이라 할 만한 데이비드의 모습에 모두 넋을 빼앗긴다. 사실 어느 누구보다 먼저 데이비드 스파숄트를 발견하고, 남몰래 사랑의 열병을 앓던 에버트는 어떻게든 그에게 가닿고자 애쓰고, 마침내 손아귀에 넣는다. 하지만 하룻밤의 꿈이었을까, 고통스러운 거래였을까? 2차 세계 대전의 포화가 잦아들고 새로운 부흥의 시대가 도래하자 데이비드 스파숄트 또한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첫사랑의 어렴풋한 잔영으로 차츰 잊혀 간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데이비드는 어엿한 기업가로 성공하고, 가정을 이루어 외동아들 조니를 얻는다. 일찍이 게이임을 자각한 조니 스파숄트는 전쟁의 영웅이자 수완 좋은 사업가, 남성성의 화신인 아버지(데이비드 스파숄트)를 존경하고 또 두려워하지만, 그가 추잡한 스캔들에 휘말려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 ‘스파숄트’라는 이름은 악명을 떨치고, 데이비드 자신은 물론, 아내와 아들, 먼 옛날 옥스퍼드에서 만났던 이들의 인생마저 뒤흔들어 놓는다.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빚어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상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숄트 어페어’는 다시금 회복과 화해를 향하여 나아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