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 사막을 경험하면 낙타 코가 된다. (시리아 / 요르단 / 이집트 여행기)
송근원 | 부크크(bookk)
14,600원 | 20190305 | 9791127264536
이 기행의 내용은 얼마 전 시위대를 무참히 짓밟았던 시리아의 알레포, 십자군의 마지막 성 크락 드 슈발리에, 사막 위에 세워진 오아시스의 옛 도시 팔미라, 요르단의 바위 도시 페트라, 그리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붉은 사막 와디람, 홍해를 건너 만난 시나이의 돌산, 기자의 피라미드, 아스완의 나일강변 유적들, 돛단배 펠루카를 타고 며칠을 나일강에서 떨던 추억, 콤 옴보 신전, 에드푸 신전, 룩소르 신전, 멤논의 거상, 하트수셉트 사원을 누비는 동안 만난 태양의 신 ‘라’에 관한 이야기이다.
2007년 봄, 터키의 이스탄불에 있는 바하체세히르 대학의 교환교수로 있을 때이다.
학교 사정에 의해 체류 비자를 받지 못하고, 그냥 터키에 입국한 채 3개월이 흘렀다. 3개월 동안은 무비자로 있을 수 있으나, 다시 터키 국경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결국 비자 때문에 시리아로 넘어갔다 되돌아온다는 것이 그만, “에라! 모르겠다. 우리에게 빠꾸(back)는 없다”는 심정으로 그냥 요르단을 거쳐 이집트까지 여행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을 뒤져 여행 계획을 짜고, 호텔을 예약해 놓고, 그 스케줄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었는데, 이번 여행만큼은 전혀 계획된 것이 아니었고, 그야말로 스릴이 넘치는 어드벤처의 연속이었다.
그때그때 정보를 얻고, 그리고 시간에 몸을 내맡긴 채 하느님의 보호 아래 그렇게 하는 여행이었다.
계획 없이 무모하게 나서본 적이 있었던가? 말도 종교도 문화도 전혀 다른 지역을 신용카드 하나에 의지한 채, 마누라만 믿고 떠나본 적이 있었는가?
만약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그러한 여행을 안 해보셨다면, 한 번 해보라고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어느 여행이든 다 그러하듯, 이러한 이번 여행도 새로움 속에서 참됨을 경험하는 것이었고, 괴로운 추억조차도 그리워하게 만드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유홍준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여행이란 “보이는 것만큼 알게 된다.”는 진정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약 보름 동안 우리하고는 전혀 생소해 보이는 듯한,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보이는 것만큼 알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새로운 것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기쁨.
진정 그것을 그 무엇에 비할 손가! 예컨대, 저들의 말, 문화, 그리고 생활 속에서 때로는 우리의 사고의 편린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뚝 떨어져 있는 이곳의 고대 역사와 우리의 고대 역사는 어떤 관계에 있단 말인가? 이들을 지배했던 옛사람들과 우리 민족과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문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이 여행의 결실이다.
아직도 알지 못하니 기껏해야 아는 만큼만 보았을 게다. 보이는 것만큼 알게 된 것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죄송하지만, 여러분들에게 숙제로 남겨 놓는다. 이곳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의문을 가슴에 품고 하나하나 살펴서 숙제를 충실히 해 주시면 고맙겠다.
알레포 시가지와 유적들 그리고 팔미라의 유적들이 시리아 내전으로 많이 파괴되었다 하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전쟁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줄뿐 아니라, 말없이 세월을 지키던 유적들에게도 시련인 것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싸우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
이제 다시 간다면, 아마도 2007년에 보았던 것들 중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