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도표 (들뢰즈와 가타리의 도표 개념에서의 네 가지 차원에 대한 연구)
신승철 | 신생
16,200원 | 20200217 | 9788990944627
이 책은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lix Guattari)의 도표(diagram)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이론학술서이다. 여기서 도표는 지도제작(cartography) 혹은 지도화의 방법론으로, 들뢰즈와 가타리가 네트워크와 공동체, 생태계 등에서의 연결접속, 이행, 횡단, 변이 등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핵심개념이다. 지도제작으로서의 도표개념은 커뮤니티 맵핑(community mapping) 개념으로 소개되면서, 공동체, 생태계, 네트워크의 구도를 드러내는 이론적 연장(tools)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도표 개념을 더 급진적으로 사용한다면, 현재 직면한 “거대한 문제설정으로서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어떤 입구를 발견하고 출구를 발명하여 지도를 그릴 것인가?”의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는 뾰족한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생태계, 공동체, 네트워크에서 입구와 출구, 근거(ground)와 정의(definition), 원인과 결과, 문제제기와 대답 간의 분열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연 생태계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다발로 이루어진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인과관계를 통해서 입구와 출구, 원인과 결과를 선형적으로 일치시킨다 하더라도 그 주변, 곁, 가장자리에서 상관관계가 개입하여 끊임없이 색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선형적인 인과관계를 통해서 엄격하게 자연과 생명을 규명하려 했던 의미화의 논리는 근대 학문의 핵심을 이루지만, 다채로운 상관관계가 모두 다성음악적으로 화음이 되고 후렴구(Ritornello)가 되어 각각이 지도를 그리는 것이 자연과 생명이 살고 있는 복잡계로서의 현실에게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의미화의 논리, 즉 효율적인 하나의 모델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가 아니라, 여러 모델들이 탄력성(resilience)을 가지면 함께 지도를 그려나가야 문제해결의 단초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의미화가 아닌 지도화, 효율성이 아닌 탄력성, 모델화가 아닌 메타모델화, ‘획일적이면서 복잡한 것’이 아닌 ‘단순하면서 다양한 것’ 등등이 우리를 이 책이 갖고 있는 색다른 생태계의 도표 사상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