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과 계속 자라는 뿔 (박영주 그림책)
박영주 | 아띠봄
19,800원 | 20231001 | 9791198412409
하늘까지 계속 자라는 뿔을 가진 외톨이 사슴과
계속 변신을 거듭하는 신비한 구름이
사계절 동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서로의 본모습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진한 우정 이야기
7~9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 동화는 박영주 작가의 전작 ‘기린과 바다(2018)’, ‘고래와 은하수(2020)’, ‘홍학과 무지개(2021)’, ‘코끼리와 피아노(2022)’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모습이 점-선-면-공간으로 확장해 가며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한껏 자극하는 그림책입니다. 또한 주인공들의 관계를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른 시공간의 변화와 함께 촘촘히 엮은 구성으로, 아이들의 관찰력과 공간지각능력을 키워 줍니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까만 ‘점’ 하나가 혼자 있는 ‘사슴’의 귀에 찍히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점은 선처럼 뻗어 나가 ‘뿔’이 되고, 이 뿔은 밤낮으로 계속 자라 하늘의 구름까지 닿게 됩니다. 그러다가 뿔에 연두색 막대 구름이 걸리고, 구름이 점점 퍼져 연두색 동산이 되자 꽃과 나비가 모여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멀리서 꽃동산을 발견한 ‘토끼 구름’이 사슴 뿔에 뛰어들면서 둘은 처음 만납니다. 토끼는 따뜻한 봄 내내 사슴 뿔에 머물며 사슴과 친구가 되고, 계절이 끝나갈 무렵 비가 되어 사라집니다. 그 후 사슴은 토끼를 기다리며 뿔에 파랑 네모 구름을 건 뒤 비를 채워 바다를 만들고, 토끼가 ‘물고기 구름’으로 모습을 바꾸어 찾아오면서 둘의 우정은 이어지게 됩니다. 물고기는 구름들을 초대하여 사슴에게 생애 첫 생일 파티를 열어 주는가 하면, 함께 물놀이를 하는 등 그들만의 추억을 쌓아가며 뜨거운 여름을 보냅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물고기는 가을에 돌아오겠단 약속만 남기고 비바람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사슴은 물고기에게 보여 주고자 뿔에 알록달록한 단풍 구름을 꾸미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물고기는 돌아오지 않고, 사슴은 낙엽을 보며 물고기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물고기를 그리워합니다. 추운 겨울, 찬바람에 온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던 사슴은 새벽에 내린 눈이 뿔을 감싸 주자 포근함을 느끼고, 눈을 떴을 때 눈 앞의 양 구름이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고 용기 내어 사랑을 고백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슴은 수동적으로 구름을 기다리기만 하는 평면적 캐릭터에서, 구름을 위해 뿔을 키우고 꾸미는 등 적극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화합니다. 또한 처음에는 크고 무겁기만 한 자신의 뿔을 싫어하지만, 구름에게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뿔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다가 결국엔 자신의 소중한 일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랑으로 인해 주인공이 자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우정의 참 가치를 깨닫게 합니다.
무엇보다 작품 속의 두 주인공, 사슴과 구름이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겪는 섬세한 감정들은, 아이들의 감정 이입을 극대화하여 풍부한 감성을 키워 갈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는 구름과, 묵묵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구름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슴, 이 둘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의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며 우정을 키워 가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친구 관계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 유치원 또는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갈지 큰 가르침을 줍니다.
삽화의 예술적 측면에서, 작품의 주요 배경인 ‘아담한 동산과 너른 들판, 울창한 숲’이 겹겹이 쌓은 다채로운 색들로 계절마다 아름답게 표현되어, 도시의 네모반듯한 건물과 단조로운 회색 풍경에 익숙한 어린이 독자들에게 미적 감각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