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샤 (레이어 제로, 기억의 첫 지층)
천숙녀 | 건강신문사
13,500원 | 20251018 | 9788962671544
시대를 꿰뚫는 시인의 눈,
기술 위에 피어난 인문학적 성찰
천숙녀 시인의 시조집 『아카샤 - 레이어 제로, 기억의 첫 지층』은 전통 시조의 정형성과 첨단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개척하려는 시도이다. 이 시집의 출간은 단순한 시집 한 권의 등장을 넘어, 기술 시대에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인간의 감성이 기술과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시인은 한민족독도사관 관장으로서 40여 년간 '독도'의 지명을 문화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사회운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오랜 사회 운동의 경험은 시집의 핵심 메타포인 '기억'과 '지층'에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시인이 '블록체인 시대의 최전선에서, ‘기억의 지층’ 위에 시조시인으로서 새로운 문학의 길을 쓰고 있다'는 언급은, 과거의 사회운동이 추구했던 '기억'의 보존과 '진실'의 승화라는 목표가 블록체인의 불변하는 원장 기록과 기술적으로 병렬 관계를 이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시인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것을 넘어, 블록체인이라는 현대적 도구 또는 은유를 통해 '기억'과 '진실'을 보존하고 주장하려는 평생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의 사회 운동이 구체적인 역사와 지리에 뿌리를 둔 것처럼, 블록체인의 분산되고 불변하는 특성 또한 '기록'과 '진실'을 다루는 점에서 철학적 공명을 이룬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집에 단순한 기술적 설명을 넘어선 사회-역사적 깊이를 더하며, 집단 기억과 디지털 주권에 대한 논평으로 확장된다.
시인의 창작 동기는 기술에 대한 초기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그리고 Web3의 세계가 처음에는 '인간의 감성과는 동떨어진 차가운 언어'로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인간의 꿈과 철학, 기다림과 약속이 담겨 있음'을 발견하고, 그 기술의 언어를 시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기술의 비인간적 측면을 인간적 감성으로 포용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조라는 형식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예술적 전략으로 분석된다. 시조는 3장 6구, 45자 내외의 간결한 형식 내에 심오한 철학적 또는 감성적 주제를 담아내는 전통 한국 시가이다. 이러한 간결함과 깊은 의미를 응축하는 능력은 복잡한 기술 개념을 핵심적인 인간적, 철학적 본질로 정제하는 데 탁월한 도구가 된다. 본질적으로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기술의 '차가운 언어'는 시조라는 형식을 통해 감성적 울림과 철학적 정수를 요구받게 된다. 시조 형식은 기술적 잡음을 걸러내고 그 이면에 있는 인문학적 핵심을 드러내는 '철학적 필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가장 추상적이고 '차가운' 기술조차도 신중하게 선택된 예술 매체를 통해 인간적인 온기와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전통적인 시적 형식이 현대의 기술 중심 주제를 다루는 데 놀랍도록 적응력 있고 관련성이 있음을 증명한다.
시인의 궁극적인 비전은 '기술이 시가 되고, 시가 길이 되는' 새로운 문학의 길을 개척하는 데 있다. 시인의 이 시집이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는 이에게는 다리가 되고, 오래도록 시를 사랑해 온 이에게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기술과 문학의 융합을 통한 지식 확장과 인식의 전환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시집은 단순한 기술 해설을 넘어, 기술 용어 속에 담긴 철학적, 인간적 의미를 탐색하는 문학적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아카샤-레이어 제로, 기억의 첫 지층
기술이 시가 되고, 시가 길이 되는
기술과 시가 처음으로 손을 잡는 자리입니다.
저는 한민족독도사관 관장으로서
‘독도’의 지명을 문화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일념으로
40여 년, 사회운동의 쉼 없는 걸음을 걸어 왔습니다.
지금은,
블록체인 시대의 최전선에서, ‘기억의 지층’ 위에
시조 시인으로서
새로운 문학의 길을 쓰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그리고 Web3의 세계는
인간의 감성과는 동떨어진 차가운 언어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도 인간의 꿈과 철학,
기다림과 약속이 담겨 있음을 발견하고,
그 언어를 시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시는 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카샤 시집은
블록체인 생태계의 구조와 개념을 시로 노래하며,
그 기술 속에 살아 숨 쉬는 ‘사람’과 ‘신념’을 비춥니다.
‘아카샤’는 기억의 저장소이며,
우리가 걸어가는 길 위에 새겨지는
첫 발자국의 이름입니다.
이 시집은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는 이에게는 다리가 되고,
오래도록 시를 사랑해 온 이에게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인의 이름으로,
기술과 문학이 손을 맞잡는 이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천숙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