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비집고 나오는 마음 (떠나지 못한 어느 시간에서, 쓰다)
알로하 | 느린서재
15,300원 | 20250326 | 9791193749159
“평범하게 살고 싶었거든.
근데 그게 제일 어려운 거더라고.”
남들에게 내보일 것도 딱히 없지만,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남들 사는 건 늘 쉽고 평범해 보였다. 원하는 회사에도 척척 들어가고, 누군가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도 모두 다 잘해내는 듯 보였다. 그렇게 인생의 과업들을 모두들 클리어해 가는데, 나는 어쩐지 좀 애매한 곳에 있었다. 결혼도 취업도 늘 어렵고 팍팍했다. 늘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았다. 그들의 눈에 난 어떻게 보였을까. 남들이 물어도 딱히 내 이야기를 먼저 할 것도 없었다. 잘산다고 보일 물질도 없었고, 행복하다고 할 어떤 객관적 기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늘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살았다. 그렇게 착하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덜컥, 갑상생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죽는 암은 아니라고 하지만, 암에 걸리고 나서 든 생각은 왜 하필 나일까, 하는 것이었다. 남들은 다 적당하게, 아무 일 없이 사는데 싶어 무언가 억울했다. 그렇지만 그 암 덕분에 나는 그동안 내가 꼭꼭 눌러왔던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다.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바라본, 진짜 내가 두고 온 마음과 시간들
화목한 가족이나, 여유로운 집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해온 시간들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늘 위축되는 마음이 있었다. 남들이 볼 땐, 별거 아니지만 그 자신에겐 소중했던 것들, 그런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들에 대해 쓰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그 마음을 누르며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동안 남들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브런치’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저자는 자신의 지난 과거를 꺼내 놓으며 다양한 의견을 받기 시작했고 그 댓글 덕분에 위로를 받고 글을 쓸 용기를 냈다. 암 수술 이후 만나게 된 다정하고 헌신적인 남자와의 결혼, 불행하고 가난했던 원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엄마가 안쓰러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모순되는 마음을 공들여 자세히 써 나갔다. 양가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않고 자립하는 것을 진짜 결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독립이 요즘 세상에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간다. 적은 돈이라도 배우자와 꾸려가는 작은 집이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하다가,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 남들의 손가락질 앞에 자꾸 움츠려 드는 마음을 여기에 적나라하게 기록했다.
조금은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자유롭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글을 쓰면서 위축되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일까.
그만 눈치 보고 살고 싶어서
“가족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도록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따뜻한 울타리여야 한다. 그래야만 어른이 되어 그곳을 벗어나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 남들에게 그럴 듯해 보이기 위한 장식품도 아니고, 채무를 독촉하듯 서로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관계는 더더욱 아니다. 따뜻한 사랑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바로 가족 아닐까.”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원가족에게서 벗어나 이제 자신만의 따뜻한 가족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마음에 꾹꾹 담아두었던 과거들을 고백하고, 홀가분해진 그녀는 더 당당하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남들이 말하는 기준으로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평가하지 말자고, 어리석은 일은 그만두고, 내 인생을 살기 위한 한 걸음을 준비한다.
십 년 전의 한 장소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이제 완성됐다. 두고 온 마음들과 이별하고 새 페이지를 써보려고 한다. 족쇄와도 같았던 시간들을 풀어버리고 진짜 독립적인 인생을 위해서 말이다.
평범하게, 그렇지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